남 좋은 일하기 좋은 경자년 새해
남 좋은 일하기 좋은 경자년 새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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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 철학과 교수·논설위원

2018년 11월 6일 한국조폐공사는 2019년 기해년  ‘황금 돼지의 해’를 앞두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는 ‘돼지의 해 골드바’ 4종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돼지의 해 골드바는 앞면에는 좋은 일들과 풍요로운 삶을 바라는 돼지의 모습을 담았고 뒷면에는 위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조폐공사 특허인 잠상(潛像) 기술이 적용됐다”면서 “100g, 187.5g, 375g, 500g 등 4종류로 제작됐고 조폐공사가 순금 순도(999.9%)와 품질을 보증한다”는 추가정보까지 소개했다.

앞 면의 전통신앙과 뒷면의 첨단기술에 조폐공사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경제적인 측면이 묘하게도 융합된 기사였다.

연말연시에는 새해 간지의 갑자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새해를 맞이해서 각자의 바람을 담은 연례적인 행사인 셈이다. ‘600년만에 돌아온다’던 2007년 정해년 황금돼지 해 마케팅이 12년 만인 지난해 반복됐을 때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내수시장에 그렇게 해서라도 활력을 불어 넣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테니까.

청목(靑木), 적화(赤火), 황토(黃土), 백금(白金), 흑수(黑水) 등 천간은 두 해에 한 번씩 바뀌고 동물로 상징되는 지지는 12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12년이 지나 같은 지지가 되면 다음 번 천간 오행으로 넘어가 있다. 그래서 2019년 기해년은 황토 돼지해이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31년 신해년은 황토 다음의 천간인 백금이다. 진짜 금돼지해가 되는 것이다. 앞서 두 번 황금돼지해가 있었지만 정(丁)은 적화요, 기(己)는 황토라 둘 다 황금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는 경자년으로 양금(陽金)인 경(庚)과 음수(陰水)인 자(子)가 만난 해다. 흰쥐의 다산성이나 금쥐 마케팅을 기대해도 좋을 만한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상징하는 쪽은 쥐보다는 뱀이고 산업사회에서 쥐를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자년은 지지인 자(子)가 천간인 경(庚)이 생(生)해주는데 이 둘의 음양은 다른 ‘상관(傷官)’이다.

육친(六親)은 본래 팔자 가운데 일간을 중심으로 나머지 팔자를 분석하는 것이지만 올해의 간지만 두고 보면 상관이 된다. 사주추명학에서 상관이 발달한 사주는 리더보다는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고 해석한다. 식신처럼 본인보다는 남의 일을 잘하되 식신에게 없는 예리함과 민첩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동물 마케팅보다는 상관과 관련된 해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60년 전인 1960년의 3·15부정선거를 떠올리는가 하면 지난해 가장 많이 회자됐던 어느 공직자가 1960년생이라는 것과 함께 올해 그의 행보에 따라서 정치권에 엄청난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참모의 해여서 참모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언이 많은 것이다. 촛불시민혁명 이후 새로 들어선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올해 4월 15일로 예정돼 있는 탓이다. 그런데 1960년은 3·15부정선거가 일어난 해이기도 하지만 12년간을 이어온 자유당의 장기집권이 4·19혁명으로 종언을 고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말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사자성어가 발표되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모든 생명은 공명지조를 들어 말하지 않더라도 공존공생(共存共生)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자기실속을 차리는 데 급급한 이 시대에 가장 어려운 것이 또한 공생이다. 공생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고민스럽다. 이러니 덕담 한 마디 해볼까 한다.
모처럼 간지에 상관이 든 새해에는 남 좋은 일을 해 볼 결심을 하면 어떨까. 그것이 연말에 자기에게로 꼭 돌아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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