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멈추면 사람이 보인다
차가 멈추면 사람이 보인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1.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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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원.제주시 공보실

제주, 그 이름만 떠올려도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제주만의 소탈한 인심이 일상에 지친 바쁜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하는 선물과도 같은 내 고향이다. 이토록 소중한 제주는 저 멀리 곳곳에서 비슷한 행복을 찾아 떠나 온 이들의 제주살이열풍과 방문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에 신음하며 제주만의 특색과 여유를 발산해 내기에는 지쳐가고 있다.

차가 주인이 돼 버린 도로, 비좁은 주차장은 제주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무엇보다 차로 인해 점령당한 제주의 도로와 공간들은 그 옛날 여유롭고 유연한 자태로 우리의 발길을 감싸주던 돌담길과 그 길에서 나눴던 삶과 문화에 대한 그리움을 부른다. 차 없는 도로에서, 단순히 보행자 중심이 아닌 문화 중심 공간인 제주 거리에서 걷고 즐기고 쉬고 싶어진다.

세계 차 없는 날1997년 프랑스에서 시작돼 2001922일에 정해졌다. 이후 차 없는 날은 세계 2200여 개 도시에서 함께하는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시는 그란비아 거리에 보행자·자전거·대중교통 수단만 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2020년부터 도심 내 약 2.02의 공간에 차량 진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도 차 없는 거리정책을 2015년부터 시행 중이고 샹젤리제 거리는 2016년부터 매달 첫째 일요일은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서울시도 2001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차 없는 날행사를 시작해 매년 명동, 종로, 세종로 등 도심 주요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함으로써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제주시도 기존 연동과 칠성통 외에 차 없는 거리확산을 위한 지역 선정 및 주민 동의 등 사회적 합의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지역 상인, 주민, 커뮤니티가 직접 참여해 문화예술과 보행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진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도로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목표다.

정책의 성공은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 공감대 형성에 달려 있다. 시민들은 차 없는 거리를 마음껏 향유하고 인근 상인들은 생계에 큰 지장 없이 상생할 방안도 절실하다. 제주의 특성을 반영한 부대 행사를 개최해 지역 공동체가 살아나는 계기를 만들어 지역 상권 활성화, 문화거리 조성, 가로환경 개선사업 등과 밀접하게 연계해 정책의 시너지 효과도 유발해야 한다.

사람이 우선인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혹여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위한 행정적 조치가 특정 지역의 차량 진입을 막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예컨대 인근 주차장 확보, 자전거와 대중교통 활성화 등 종합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우선 나부터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차를 멈추고 두 다리로 거리를 걸어보는 걸로 시작해 보고자 한다. 시작은 느릴지 몰라도 일인만보(一人萬步)에 이어 만인일보(萬人一步) 단계까지 이르면 제주 거리는 차가 아닌 사람이 보일 때가 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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