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역사·문화 깃든 한적한 공간과 호젓한 숲길 ‘만끽’
[신년기획]역사·문화 깃든 한적한 공간과 호젓한 숲길 ‘만끽’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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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 2코스

2010년 주민자치센터 특성화 사업 선정
산천단~소산오름 편백나무 숲길 코스
이약동 목사비·천연기념물 ‘곰솔’ 눈길
불교길 지나 피톤치드 가득 숲길 장관
소산오름 편백나무 숲길 쉼터.
소산오름 편백나무 숲길 쉼터.

2019년 원단에 기획했던 김창집 객원기자의 길 이야기는 필자의 예기치 않은 신병과 그 후유증으로 집필하지 못하다가 새해 새날부터 연재를 시작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리며, 독자여러분의 해량 있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아라동 역사문화 탐방로

2010년 주민자치센터 특성화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되어, 2012년 여름에 길을 튼 탐방로로, 삼의악과 관음사를 잇는 1코스 삼의악 트레킹 코스(4)’와 산천단과 산록도로를 잇는 2코스 역사문화 탐방로(1.5)’로 나누었다. ‘역사문화 탐방로는 유서 깊은 산천단에서 출발, 소림사와 구암굴사를 거쳐 소산오름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코스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천단정류소에 내리면 바로 출발점이며, 한적한 공간과 호젓한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정류소까지 돌아오면 약 2(1시간) 거리여서, 산책하기도 좋다.

 

한라산신제를 봉행해온 산천단

한라산신고선비와 제단.
한라산신고선비와 제단.

입구에 표지석과 함께 한라산신제 봉행간판이 서있다. 들어서면 노송 너머 넉넉한 풀밭이 이어지고, 오른쪽 돌담 앞으로 제단과 비석이 자리 잡았는데, 바로 산천단(山川壇)이다.

안내판에 한라산신제는 탐라국시대부터 한라산 백록담 북쪽 기슭에서 천제로 봉행되어오다가 고려후기인 고종 40(1253) 10월 명산과 탐라의 신에게 각자 제민(濟民)의 호를 내리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산신제로 봉행되었다라고 썼다.

그러나 제를 지내기 위해 한겨울 한라산에 오르다 기상이 악화되면 사상자가 생길뿐더러 제례도 제대로 지낼 수 없어, 조선 성종 원년(1470) 당시 제주목사 이약동(李約東)이 배수임산이 뛰어난 이곳에 한라산신묘를 세워 산신제를 올리게 하는 한편, 풍농을 기원하는 포신묘를 세워 가뭄에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옛날 명산대천에 제를 올리는 것을 중요한 국사의 하나로 삼았는데, 한라산은 제외되어 있어 이형상 목사 때 조치를 취해 달라고 조정에 요청했으나, 내륙지방과 떨어진 곳이라는 이유로 목사로 하여금 제를 봉행토록 하였고, 27일을 제일로 삼았다.

한라산신제단은 산천단(山川壇) 또는 효림단(孝林壇)으로도 불리었는데, 제단 2식과 한라산신고선비 3기가 201159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67호로 지정되었다.

 

이약동 목사 기적비.
이약동 목사 기적비.

목사 이약동 선생 한라산신단 기적비

동쪽 울타리 안에 이약동 목사 기적비가 서 있는데, 뒷면에 그 내용과 선생의 약력을 새겨 그 뜻을 기리도록 하였다.

목사 이약동은 1451(문종 1) 35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몸을 담았고, 1470(성종 1) 855세에 제주목사로 왔다가 1473(성종 4) 8월에 떠났다. 재임 시 관리들의 민폐를 근절시킴과 아울러 세금과 공물을 줄여 백성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제주를 떠난 뒤에 조정의 높은 벼슬을 두루 지냈고, 78세로 세상을 마칠 때까지 다섯 임금을 섬기며 40년간 봉직했다. 조정에서는 평정(平靖)이란 시호를 내렸고, 청백리에 녹선(錄選) 되기에 이른다.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산천단 곰솔.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산천단 곰솔.

천연기념물 산천단 곰솔군

이쯤에서 산천단 또 하나의 주인공 곰솔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신령스러운 터전을 지켜온 곰솔군, 그 중 남동쪽에 홀로 자리해 있으면서 세미오름을 건너온 태풍을 천 번도 더 온몸으로 막아냈을 노송에 관한 얘기다.

지금은 눕지도 서지도 못하고 여러 개의 쇠기둥에 엉거주춤 몸을 의지한 채 안쓰러운 자세로 버티고 있다. 북쪽 숲에 둘러싸여 청청하게 빛나는 다른 소나무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할 법 하건만 위치가 위치인지라 섣불리 생명줄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은 수령 500~600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1964131일자로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낙엽진 숲길.
낙엽진 숲길.

코스 따라 걷는 길

나오다 소림정사안내판을 따라 골목길로 들어가 보았다. ‘산천단 일대에 소림천, 소림과원, 소림사가 있었다는 옛 기록의 그 소림사인지 알 수는 없으나, 번듯한 문과 현판을 단 절집은 없고 대한불교 조계종 소림사라 써 기대놓은 간판과 축등, 그리고 안에서 들리는 목탁소리만이 이곳이 불도량임을 알려준다.

탐방로는 5·16로로 나와 잠시 후 왼쪽 선돌목동길로 이어진다. ‘제주별빛누리공원가는 길이다. 그리고 얼마 없어 달마상 아래 구암굴사라 새긴 표지석과 마주한다. 들머리 소나무에 걸린 내가 곧 우주이고, 꽃 한 송이에 온 우주의 생명이 담겨 있다는 법상스님의 글을 새기며 발길을 돌렸다. 여기서부터는 제주불교성지순례 절로 가는 길과 일부 겹친다.

이제 숲길이다. 소나무와 잡목이 자연스럽게 얼려있는 오솔길엔 낙엽이 수북이 깔렸다. 잎을 떨군 주인공들은 팽나무, 산벚나무, 비목나무, 예덕나무 들이다. 청미래덩굴만이 아직 잎을 다 떨구지 못하고 빨간 열매를 달고 있다. 바닥에 제주조릿대가 청청하게 빛나는데, 얼마 안 가 앞이 트이고 소산오름 숲길로 이어진다.

소산오름 편백나무 숲

소산오름은 표고 412.8m, 둘레 659m의 원추형 화산체로 오름 전체가 해송, 삼나무,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숲을 이루고 있다. 정상부에는 편백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아 쉼터로 가꾸었다. 편백나무는 우리 몸에 이로운 치유물질 피톤치드를 침엽수 중에서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지난여름 이곳을 지나다 평상마다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이제 아무도 없는 것을 보며 새삼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쪽 천리 터에 덩그렇게 남아 있는 망주석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탐방로의 끝점이자 돌아서면 시작점이다.

<김창집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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