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잘살아보면 안 되나
한 번 잘살아보면 안 되나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1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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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금수나 강산 어여쁜 나라. 한 마음으로 가꾸어 가면 알뜰한 살림 재미도 절로 부귀영화는 우리 것이다./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나이 50이 넘은 사람들은 한 두 번 쯤 불러 보거나 귀에 익숙한 노래 ‘잘살아보세’다.

이 노래는 1970년대의 건전가요로, 당시에는 말 그대로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대다.

‘잘살아보세’는 영화와 각 방송사의 연속극 또는 연극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물론 이 노래가 인기를 끌던 1970년대의 ‘잘사는’의미와 지금의 ‘잘사는’ 의미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잘 살고 싶은 희망은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목표다.

그런데 요즘 ‘그 때 그 시절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중얼거린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양적성장-질적악화

제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광지인 동시에 나아가 국제 관광지다 그런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제주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지난 10년간의 공식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인구·관광객 증가와 함께 외형적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로 인해 각종 폐기물이 쌓이고 교통난이 심화하는 등 삶의 질은 악화됐다는 결론이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가 최근 발표한 ‘2019 통계로 본 제주의 어제와 오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431만3961명으로, 2008년(582만2017명)과 비교해 150% 가까이 증가했다. 인구·관광객 증가와 함께 도내 산업구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도민 소득 수준도 덩달아 성장했다.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은 2017년 3147만원으로 2008년(1717만원)보다 80%이상 늘었다.

반면 생활 여건은 악화일로다.

하루에 발생하는 폐기물은 2008년 2610t에서 2017년 4979t으로 9년 만에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관광개발 사업과 주택개발 붐 등으로 인한 건설폐기물은 1692t에서 3250t으로 90% 넘게 늘었으며, 생활폐기물도 603t에서 1312t으로 갑절이상 불어났다. 자동차의 증가로 교통사고 건수는 4239건으로 2008년(3182건)보다 30%이상 증가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상실

양적성장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선 사회구성원들을 억누르는 ‘부담’이 무거워 졌다.

제주라는 거대 결사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삶의 질은 뒷걸음쳤다는 표현이 합리적일 수 있다.

사실 제주가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환경은 제주 스스로 자초했다는 측면이 크다. 거듭된 민선 지방자치 선거를 거치면서 새로 생겨난 ‘슈퍼파워’는 다름 아닌 ‘표(票)’다.

적지 않은 개발업자들이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또는 당선자들과 이런 저런 인연을 맺었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대가’를 요구했다. 표를 무기로 한 집단 이기주의와 소지역주의도 가세했다.

난개발의 출발점이다. 그 결과 제주전역이 파헤쳐 졌다. 제주의 정체성 또한 후퇴를 거듭했다.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환경자산 만큼 이를 채운다는 이른바 환경자원총량제 등 장밋빛 대책들이 보완책으로 나왔지만, 공수표가 됐다.

이러다 보니 제주가 진실하고 성심을 다해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이 뭉개진 게 당연하다. 제주가 만신창이가 됐다.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짐’이 됐다. 당연히 그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피곤할 수밖에 없고, “살기 어렵다. 그 때가 좋았다”라는 탄식을 만들어 냈다.

2019년 세밑 제주의 민낯이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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