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공명지조(共命之鳥)
자유한국당과 공명지조(共命之鳥)
  • 부남철 편집부국장
  • 승인 2019.12.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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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18일 전국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개인ㆍ사회ㆍ국가ㆍ세계 차원의 희망지수를 조사한 ‘2019 시민희망지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희망지수는 100점 만점에 46.5점으로 2017년 이후 2년 연속 하락해 4개 부문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 차원의 희망을 나타내는 개인희망지수는 60.5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세계희망지수는 47.7점, 사회희망지수는 50.2점으로 50점 안팎에 머물렀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는 낙제점을 기록했다.‘20대 국회에 대한 평가’는 22.6점이었으며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도 35.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을 넘어 ‘포기’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들에게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는 이날도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다른 정당들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회 내 집회를 고집하며 스스로 만든 법을 무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6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었고 수천명의 참가자 가운데 일부가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이를 비판하는 다른 당 의원들에게 참가자들이 욕설 등을 퍼붇는 등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비난 속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지난 17일에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소규모 1차 규탄대회를 실시한 뒤 국회 정문 앞 도로로 자리를 옮겨 2차 집회를 개최했고 18일에도 집회를 이어 나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에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의정활동 보장을 위해 적정 인원이 참여하는 국회 내 정당 행사는 관행적으로 허용됐지만 원칙적으론 위법이란 얘기다. 국회 내 대규모 집회를 사전에 막지 못 했다는 비판을 받은 국회 사무처는 “향후 국회 경내에서 외부인이 참가하는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관계법령을 엄정하게 적용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 16일 폭력 사태와 관련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영등포경찰서에 형사고발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집회 참가자의 폭력을 수수방관한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을 고발한다”고 했다.

하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정부가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부당하게 막고 정당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제(지난 16일) 경찰이 해산명령을 3차까지 끝내고 긴급체포를 하겠다고 했는데 (참가자들이)미동도 없더라. 결국 국회가 못 열렸는데 국민의 힘이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의원들의 군기를 잡는 듯한 모습도 보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황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절절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졸고 계신 분이 있다”라며 “당이 내린 결론에 대해 똘똘 뭉쳐서 다른 말 없이 싸워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검사 출신으로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 대행,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등을 지낸 황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황 대표는 예전에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미국은 사소한 집시법 위반이라도 국회의원을 현장에서 체포한다”면서 강력한 법치를 요구한 적이 있다.

교수신문은 지난 15일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뽑았다.

공명조는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이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다른 머리는 밤에 각각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했다.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됐다.

자기만 살겠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공멸하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기만 죽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기만 살겠다고 우리 사회공동체를 죽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남철 편집부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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