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기업 간 상생 모델 활기…‘지속가능성’ 중요
농촌마을-기업 간 상생 모델 활기…‘지속가능성’ 중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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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3. 제주 마을의 향장산업 희망

남원읍 신흥2리 300년 된 동백군락지 보존 위해 2013년 동백고장보존연구회 설립
화장품 기업과 MOU 체결, 생산량 전량 수매…기업, 동백나무 심기 행사도 전개
기업-마을 네트워킹 다양한 시도 바람직…道 적절한 행정력·지원시스템 갖춰야
가을태풍을 견뎌 낸 브로콜리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가을태풍을 견뎌 낸 브로콜리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1년 중 가장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은 12월이다.

한라산에는 눈꽃이 시야를 시원하게 해주고 목을 움츠리게 만드는 기온에 바다풍경은 눈이 시리다. 빨갛게 몽우리를 피우는 제주도 각 처의 동백꽃은 겨울을 즐기고 있고 개별 관광지에서는 다양한 동백꽃의 개화를 알리는 동백꽃축제가 열려 관광객을 유혹하고 선남선녀들이 그 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기 위한 다양한 포즈와 웃음소리로 한겨울 제주를 만끽하고 있다.

지난 겨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땅에 떨어진 동백열매는 추석 전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새로운 가치를 심기 위해서 아낙의 손과 할머니들의 거친 손을 거쳐 모아진다. 우리가 어릴 때 기억은 참빗에 동백기름을 묻혀 할머니들의 쪽진 머리를 가다듬거나 기침이 심한 할아버지가 한 숟가락씩 떠서 드셨던 것으로 기억되는 동백기름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1980년대 하반기부터 뷰티산업이 출현했고 피부, 헤어, 메이크업 등 다양한 뷰티숍을 주요 중심가나 골목 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현상을 보인다.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향장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여진다. 제주도 마을에서도 향장산업의 발전에 따른 상대적인 가치를 증진시키는 마을이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에서 올해 수매한 동백열매 25t. 정선해 화장품 원료와 기능성 기름으로 재탄생 된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에서 올해 수매한 동백열매 25t. 정선해 화장품 원료와 기능성 기름으로 재탄생 된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일칭 동백마을이라고 불리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300년 된 동백군락지가 있고 이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청년회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다가 2013년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존연구회를 설립해 단순히 마을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차원을 뛰어넘어 그 가치를 상품으로 만들어 내고 더 나아가서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마을 할머니들이 감귤수확 전 소일을 위해서 동백열매를 줍고 그것을 마을에서는 수매를 해주고 할머니들은 쌈지에 그 돈을 모았다가 손주들 용돈과 세뱃돈에 보탰을 것이다.

향장산업의 발전은 소재의 다양성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화장품업계의 대표적인 A기업이 마을과 원재료 확보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마을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되었고 이제는 동백고장보존연구회에서 수매한 동백열매 절대량이 턱없이 부족해 수매지역을 제주도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다행히 제주산 동백은 타 지역의 동백보다 올레인산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다.

결국 마을에서는 기업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물량확보를 위한 노력들을 전개했고 이제는 제주도 생산량의 약 50%(25~30t) 정도를 수매한다고 한다. 당초 수매를 시작할 당시보다 몇 년 사이에 수매가격도 2~3배 상승했다고 한다. 내륙지방에서 남부지방인 통영, 여수, 거제에서도 기초단체의 주력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향장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발 맞추어 2010년 이후에 폭발적인 제조업체가 생겼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등록된 화장품 관련 제조·판매업체가 14738개소(제조업 전국 2328개소, 제주 34개소)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 3500명 당 1개소란 얘기다. 물론 모든 업체가 호황을 맞는 것이 아니라 명멸하는 업체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동백마을과 인연을 맺은 A기업은 매년 신입사원 연수 때 마을을 찾아 동백나무 심기 행사를 한다고 한다. 그들이 마을의 정체성을 확보시켜주고 있고 마을은 자신감과 자긍심을 확고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불어 주민들 또한 미래의 300년을 위한 동백숲만들기 사업들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고 동백고장보존연구회 오동정 회장은 힘주어 말한다.

필자는 제주도 172개 행정리 중 하나의 작은 마을인 신흥2리의 사례를 보면서 큰 희망을 본다. 또한 또 다른 사례들에 대한 아쉬움도 생긴다.

요즈음의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된다.

사회·산업 등 기타의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라는 의제는 끊임없는 토론들이 진행되고 합리적인 솔루션을 끌어내지만 항상 실천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기업들과 마을의 상생을 위한 노력과 그에 걸맞은 성과들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지만 20세기 말에 유행처럼 시도되었던 11촌 사업들이 선언적 사업으로 전락해 버린 것은 너무나 아쉽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스타마을들은 기업과 마을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새로운 모델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전의 시행착오와 오류를 점검하고 보완해 도내의 농어촌마을들과 기업들이 서로 네트워킹하는 새로운 시도를 다시할 시점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마을의 리더들과 주민들의 역량이 세기초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강화되었기 때문에 사업을 보는 관점과 비전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마을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제주도의 적절한 행정력과 지원시스템이 갖추어진다면 제주도 각처에서 다양한 모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 한 2020년을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기관단체들이 1년의 마무리를 위한 각종 세미나와 위크숍, 평가와 발표회 등으로 성과의 자축과 반성의 시간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12월 한 달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가을의 이례적인 가을장마와 태풍 3형제의 직격탄을 맞았던 우리의 농업·농촌에도 2020년은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예년에 비해 성숙기에 잦은 강우로 인한 당도의 부족은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 감귤가격 하락의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다. 태풍으로 피해를 본 월동작물을 심었던 황량한 밭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희망을 심을 것이다.

시련이 커질수록 더욱 단단해졌던 우리네 농심도 변함없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유지발전을 위한 시도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제주도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농업·농촌을 지키고자 하는 농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제주도정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지면의 1면 또는 공중파의 메인뉴스에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할 농촌공동체의 소식들로 가득해지길 기대해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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