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을지…’ 주거취약 노인의 혹독한 겨울
‘버틸 수 있을지…’ 주거취약 노인의 혹독한 겨울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12.1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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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제주시 소재 컨테이너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문모 할머니(81)는 방안에서도 추위에 스카프를 하고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있었다.

“컨테이너에서 난방은 꿈도 못 꿔. 전기장판으로 올 겨울을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네….”

지난 10일 제주시 소재 한 컨테이너. 이 곳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문모 할머니(81)의 2평(6.6㎡) 남짓한 쪽방에 들어서자 습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문 할머니는 전기장판이 있는 작은 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겹겹이 옷을 입고 목에는 스카프까지 두른 문 할머니는 매년 건강이 쇠약해지면서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맞서 열악한 컨테이너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문 할머니의 컨테이너 쪽방엔 씻을 공간조차 제대로 없다. 온수기를 작동해 간이부엌 옆에서 머리를 감거나 세수를 하고 있다.

문 할머니는 “협착증 때문에 특히 허리가 불편해서 요즘엔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며 “추워도 밖으로 나가 조금이라도 돌아 다녀야 통증이 사라져서 잠을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제주시 소재 옛 과수원 창고 쪽방에서 20년 째 살고 있는 김모 할아버지(73)가 허름한 부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시 소재 옛 과수원 창고 쪽방에서 20년 째 살고 있는 김모 할아버지(73)가 허름한 부엌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시 옛 과수원 창고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김모 할아버지도(73) 겨울나기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창고 일부 공간을 개조한 김 할아버지의 방은 사람 1명만 겨우 누워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그가 만들어 놓은 간이부엌에서는 먼지가 풀풀나고 있어 음식을 조리하긴 어려워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김 할아버지는 최근 발목을 크게 다쳐 부어오르면서 양말도 제대로 신지 못하는 등 추위에 무방비 상태였다.

문 할머니와, 김 할아버지는 “무엇보다 몸이 성한 곳이 없고 체력이 날로 약해지다보니 겨울이 더욱 무섭다”며 “외로운 것도 힘든 것 중에 하나”라고 털어놨다.

문 할머니와 김 할아버지처럼 사회복지시설로부터 지원을 받는 도내 독거노인은 55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주거취약가구는 제주시 32가구(컨테이너 22, 창고 9, 비닐하우스 1), 서귀포시 16가구(컨테이너 9, 창고 4, 비닐하우스 3) 등 48가구가 추위에 떨고 있다.

이들은 개인 가정사, 소득 불안정 등 다양한 사연 때문에 주거취약 계층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와 홀로사는노인지원센터 등은 이들에 대해 생활관리부터 물품, 의료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선 복지 현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내 한 사회복지사는 “하루하루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우리 주변의 이웃처럼 독거노인, 주거취약 계층 등에게 반찬이나 물을 지원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문 할머니가 20년 넘게 살고 있는 제주시 소재 한 컨테이너.
문 할머니가 20년 넘게 살고 있는 제주시 소재 한 컨테이너.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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