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부수’(無數?)
방언 ‘부수’(無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2.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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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공칠.전 제주대 교수

방언에 부수 때렴져’, ‘부수 먹엄쪄와 같이 많이혹은 마구의 뜻으로 부수란 말이 쓰인다. 혹은 ’(마구)란 말을 써서 쳐 때렴쪄, 쳐 먹엄쪄라고도 한다.

부수란 말이 무엇을 때리는 동작, 무엇을 먹는 동작어에 얹히는 것으로 보아서 의태어도 의성어도 아니며 상태나 정황을 나타내는 상태부사도 아니다. 동작의 상태의 정도를 나타내는 정도부사와 같다고 하겠다.

어떤 말이든 고립된 것은 없다. 사람이 있으면 함께 쓰게 되어 있고 사람은 이동하기 마련이니 다른 사람과 접촉하게 되면 사방으로 퍼지게 되므로 이 말도 다른 지방의 어떤 말과도 연관되는 대응어가 있기 십상이다.

깨뜨리다의 뜻의 부수다하고는 어간만 볼 때 부수하고는 어형이 같지만 의미가 관련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수다의 고형(古形)은 어간이 +이다. 관련이 될 법한 방언이나 동계언어를 찾아보는 것도 여의치 않다. 여기서 일단 한자어와의 관련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무수(無數)란 한자는 예기(禮記, 전한~후한 시기),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3세기), 후한서(後漢書, 서기 426년쯤)에 나오니 이 역시 오래된 말이다. 이 음의 중국 상고음은 ’(삭에 가까운 음도 있었다)에 가까운 음이었다. 중고음은 뮤슈’, 송대음은 +’, 원대음은 +(vu)로 변해왔다. 현대 중국어는 어두의 v가 탈락하고 우슈(wushu)로 쓰인다.

이 중에서 원대의 +가 제주도에 전래되었다면 부수라는 말이 될 수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는 에는 ’(無期, 무키)’(無事, 부지)의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無數무수우로 읽고 부수우로 읽지 않는다. 나라마다의 차이다.

원대는 제주도와 중국 지역과의 교류가 빈번했을 것인데 이때의 중국발음이 전래되어서 부수란 말이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추론이 맞는다면 제주도에서는 중앙에서처럼 어두음을 유지하면서, 원대의 어두음으로 방언화했고, 일본에서는 비교적 오래된 한자음(吳音), 비교적 새로운 한자음(漢音)을 유지하였다. 중국에서는 >>>(제로표시)’의 과정을 밟아 그 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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