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아등바등’ 말고
12월…‘아등바등’ 말고
  • 부영주 주필·부사장
  • 승인 2019.12.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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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주에 급히 가려고 길에 서 있는데 때마침 택시가 달려와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감사합니다”했더니 택시기사는 “아니, 제가 감사합니다”하는 게 아닌가. 용띠 52년생. 동네 할아버지같은 웃음을 짓는 제주토박이 택시기사다.

그의 개인택시에는 10년 무사고, 20년 무사고, 30년 무사고, 40년 무사고 뱃지에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뱃지도 붙여있다.
물어봤더니 ‘뱃지들이 바로 내 인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생 별거 있나요?” 아등바등 살게 하나도 없다는 말에서부터 나이든 사람들답게 우리는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다는 말도 나눴다.
이 같은 상투적 표현이 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등 대형 사건이 유난히도 많았기 때문이리라.

▲아프리카돼지열병에서부터 가을태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조국사태는 나라를 두 동강 낼 듯 했다.
조국 일가의 입시비리 의혹과 사모펀드 의혹 등 별별 사건이 다 나오고 이번에는 이재수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일파만파로 파장이 더 커졌다.
악플에 시달린 스타들의 극단적 선택과 제주바다의 해난 사건도 우울한데 먹고 사는 문제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2%에서 2%로 낮췄다.

이런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올해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치 중이다.

▲지난해 12월, 교수신문이 2018년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는데 이 때문인 모양이다.
‘짊어진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무슨 말을 선정할까.
사람들은 여기서나 저기서나 모든 게 “예전 같지않다”는 탄식들이다.

지난해는 짊어진 짐이 무겁고 갈 길이 멀었는데 올해는 도대체 앞 길이 보이질 않는다니 그럴 만 하다.
그렇다고 올해 우리사회에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018-2019시즌 개인 통산 두 번째로 한 시즌 20골 고지에 올랐고,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우리를 환호하게 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야구(MLB)에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기쁜 일,슬픈 일,안타까운 일들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가슴에 마치 자기 일처럼 체화(體化)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SNS 발달로 사회적 소통이 활발해지고 감성에 어필하는 이미지 매체들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께 소리치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을 추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젊은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여유도 거기서 나오는 것이리라.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반일(反日) 플래카드를 내건 우리 지자체를 역시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많이 성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는 행복과 불행,빠른 것과 느린 것 등 서로 대립되는 것들을 연결하고 그 속에서 균형을 확립하는 ‘리듬’을 되살리는 것이 현대인의 삶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한다.

세상 모든 것들을 억지로 극복하려 하지 말고 껴안고 가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래야만 우리 개인도 사회도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다.
12월이다. 짐이 무거우면 좀 쉬었다가 가자. 아등바등 말고.

부영주 주필·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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