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화 모티프, 아픈 역사 어루만지다
제주 신화 모티프, 아픈 역사 어루만지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11.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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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기획공연 ‘이여도 사나’ 초연
지난 22, 23일 오후 7시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역사적 억압 속 목소리를 갖지 못한 제주인 아픔 위로
제주 여신 삼승 신화 모티프, 제주인에게 숨결 불어넣어

파격적인 연출과 제주 신화 콘텐츠를 통해 제주의 아픈 역사를 어루만진 무용 작품이 탄생했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행복)은 지난 22, 23일 오후 7시30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상임안무자 김혜림) 기획공연 ‘이여도 사나’를 초연했다.

이번 공연은 제주 생명과 잉태의 여신 ‘삼승’ 신화와 제주해녀를 모티프로 4‧3 등 역사적 억압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고단한 제주인들의 삶을 위로코자 기획됐다.

작품 저변에는 제주에서 유토피아와 이상향을 뜻하는 '이여도'의 반대 개념인 ‘디스토피아’가 다뤄지고 있다.

줄거리는 2060년 최고 통치자 ‘억심관’(배우 김기승)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통제된 불라국이라는 가상 사회에 제주 여신 ‘삼승’(배우 현혜연)이 찾아와 인물들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갖게 해주는 이야기다. 위기를 느낀 억심관은 안전요원들을 지시해 불라국 인물들을 통제하고 학살한다.

공연의 주요 관람 요소는 ‘소리’와 ‘동작’, ‘이미지’다.

극중에는 불라국 인물들이 삼승에게서 자신만의 호흡법을 배우며 제주해녀가 호흡하며 내는 ‘숨비소리’를 기반으로 만든 퍼포먼스를 선뵌다. 또 단원들은 극중 탄성을 지르며 자신의 목소리를 가졌을 때의 희열을 관객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단원들은 초반 불라국에서 통제된 모습을 표현할 때는 무채색 의상으로 어깨와 걸음걸이가 굳어있는 듯한 춤을 선보였지만 삼승이 불라국을 찾았을 때는 자신의 온 몸을 활용한 유연한 동작을 보여줬고, 억심관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벌을 받은 인물 고을나(배우 강현정)를 비롯해 이에 매료된 인물들은 이후 회색 의상을 벗어던지고 흰 옷을 입은 채 크고 자유로운 동작을 선보였다.

무용단은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안쪽 무대 공간에 실제 ‘물’을 채워넣는 등 파격적인 연출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씨가 음악감독을 맡으며 라이브 연주와 제주 출신 소리꾼 이원경씨의 제주 민요도 현장감을 높였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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