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트레킹, 첫발 내딛다
꿈에 그리던 트레킹, 첫발 내딛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1.07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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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가다(2)
하룻밤을 보낸 추상 마을의 곳곳을 둘러보고 나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스탕 트레킹을 시작했다. 첫 목적지인 사마르 마을을 향해 일행들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제된 역사의 길을 걷기 위한 여정의 첫 밤을 보낸 추상에 어둠이 걷히면서 서서히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잠에서 깨어 밖을 내다보니 마을 옆으로 거대한 절벽이 서 있습니다. 마치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연상시키는 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져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갔습니다.

숙소 옥상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절벽으로 아침 햇살이 비치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일행도 하나둘 옆으로 모여들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이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이곳 추상은 나르싱 콜라강과 깔리 간다키강이 합류하는 삼각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강 건너 편과 그 아래 쪽에는 3개의 마을이 들어 서 있습니다.

오늘 목적지인 사마르 마을까지는 꽤 코스가 길어 일찍 나서야 한다기에 준비를 서두르는데 일행 리더인 정희동씨가 이 마을은 둘러볼 만하니 떠나기 전에 얼른 다녀오라고 합니다. 이곳저곳 마을을 둘러보는데 집들이 전통 티벳 가옥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마을은 과거 이 지역의 지배 세력이 요새로 사용했던 곳이랍니다.

꽤 큰 규모의 건물들이 얼기설기 연결돼 있고 골목을 돌다 보면 큰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큰길에는 오래된 초르텐(불탑)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강 언저리 따라 올라가자 거대한 협곡과 옛 사원의 흔적들도 보입니다. 어제 이곳으로 올 때가 한밤중이라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대한 절벽을 자세히 보니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가이드한테 물었더니 옛날에 사람이 살던 곳이랍니다. 혈거(穴居) 유적지로,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제주 돌담을 연상시키는 돌담이 둘러졌는데 염소나 양들이 농작물을 파헤치지 못하게 하려고 쌓아 놓은 것이랍니다.

트레킹 도중 찾은 쩰레 마을에서 본 초르텐(불탑).
트레킹 도중 찾은 쩰레 마을에서 본 초르텐(불탑).

마을을 다 둘러보고 이제 꿈에 그리던 무스탕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먼 길을 떠나기 전 이번 여행을 기념하며 둥근 바위에 일행 이름을 새겨 담벼락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마침내 출발, 우선 깔리 간다키강을 따라 멀리 언덕 위에 있는 쩰레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 보니 강 가운데에서 포클레인 두 대가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지만,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처럼 보여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습니다.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니 멀리 만년설이 쌓인 닐기리봉이 구름을 뚫고 솟아올라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번 트레킹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을 바라보며 마치 고구마처럼 생긴 무스탕을 동서로 종주하는 코스로 진행됩니다.

어느 덧 자그마한 쩰레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가운데 공동 수도와 초르텐들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주민 몇 명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 일행을 보자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데 한국이라고 답하자 잘 모르는지 그냥 웃기만 합니다.

다시 마을을 벗어나 길을 나서는데 사방이 붉고 누런 사암 절벽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져 마치 별천지에 온 듯합니다.

무스탕 수도인 로만탕까지 이어지는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가끔 공사 차량이 지나다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량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한적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먼저 나서 한참 걷다 보니 길이 갈라져 망설이고 있는데 멀리서 일행이 다가옵니다. 가이드가 출렁다리를 건너 앞에 보이는 산 위로 올라가 평지 길을 가면 사마르 마을이라고 말하기에 금방 도착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해발 3600m 고지, 하염없이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멀었냐고 묻자 앞에 보이는 계곡을 넘으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계곡에 도착하니 얼마나 깊은지 내려가기도 까마득한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트레킹 첫날부터 참 호되게 걷고 있습니다. 마침내 한 언덕에 오르자 멀리 사마르 마을이 보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무스탕 트레킹 첫날 목적지인 사마르 마을 전경.
무스탕 트레킹 첫날 목적지인 사마르 마을 전경.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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