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익어가는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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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준 제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어느 가수의 유행가에서 보면 우리의 나이 듦을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하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노사연의 바램)’라는 가사가 있다.
그렇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나이 들어가고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해야 살만한 세상이 되리라 본다. 가을도 깊어가는 것이고 익어가는 것이지 세월이 흘러간다고 하면 삭막한 느낌이 든다.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운동이 벌써 6개월로 접어들고 있다는 보도를 연일 접하게 된다. 그것도 역시 홍콩이라는 나라가 오늘보다 더 성숙하게 익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 최근에 서울 광화문 앞에서 벌어지는 촛불 시위도 수확과 추수의 계절 가을들판에 곡식들이 익어가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보다 성숙해 가는 과정, 익어가는 과정이라 본다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논어(論語)의 선진(先進)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子貢問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사(子張)와 상(子夏)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물었다. “그렇다면 사가 낫다는 말입니까?” 공자가 대답하기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이야기에서 생겨난 고사성어가 바로 과유불급(過猶不及, 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이라는 말이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익어가는 과정을 접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생긴다.

우리는 대나무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매난국죽(梅蘭菊竹)을 4군자라고 한다. 의미있고 뜻있는 옛 선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나무는 마디마디가 단단히 자라야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마디마디를 우리들이 더불어 사는 삶에 비유하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 본다. 대나무의 어느 한 마디라도 단단하지 못하면 대나무로서의 기능은 상실하게 된다.
옛 선비들은 꼿꼿하게 자라고 늘 푸르며 바람에 꺾이지 않기 때문에 대나무를 4군자에 포함시켜서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대나무의 마디마디를 보면서 대나무를 익어가는 우리의 인생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실을 배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 본다. 대나무의 마디마디가 튼튼해야 태풍이나 비바람에 부러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하루하루가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자라야 한다. 어느 한 마디라도 약해지면 그 대나무는 태풍이나 비바람에 쉽게 부러지게 되기 때문에 매 순간의 마디마디를 튼튼하게 하면서 익어가도록 해야 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보다 못하다.)
 아무리 많이 알고 있고 또한 박식하다 하더라도 좋아하면서 하는 것보다 못하고,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 좋아하면서 하고 또한 즐기면서 한다면 대나무가 마디마디를 튼튼하게 익어가도록 하는 자양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인 경우에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분야를 알아야 하고 그것이 또 좋아하는 분야라야 하고 또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분야라야 한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을 익어가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가을이 깊어가고 있고 날마다 온 들판의 색깔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요즈음, 대나무가 마디마디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자라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대나무의 마디마디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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