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악재 겹친 제주 감귤 ‘비상’
안팎으로 악재 겹친 제주 감귤 ‘비상’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10.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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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은 제주 감귤이 연이은 악재에 직면했다.

잇단 비상품 유통과 극조생·조생 노지감귤의 출하 시기가 맞물리면서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수입산 과일과의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등 안팎으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28일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이하 제주농협)에 따르면 올해산 조생 노지감귤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될 전망이다.

또 현재 유통되고 있는 극조생 노지감귤은 다음 달 초·중순까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극조생 노지감귤은 일반적으로 10월 중에 출하를 마무리하지만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15~20일 늦게 시장에 유통되면서 당분간 조생 감귤 출하 시기와 겹칠 수밖에 없어 공급량 증가에 따른 동반 가격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극조생 노지감귤 가격은 도내 감귤 농가들의 주력 상품인 노지 감귤보다 먼저 출하되기 때문에 초반 가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제주농협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산 극조생 노지감귤의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25일까지 저급품 격리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 참여 물량은 6901.2t으로 목표량인 10000t을 채우지 못했다.

여기에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 초기부터 전국 각지 소비지에서 비상품이 적발되면서 지난 24일까지 9대 도매시장의 누계 평균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9178원(5㎏)보다 낮은 7597원에 그쳤다.

제주농협 관계자는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를 보다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저급품 격리사업을 이달 31일까지 연장키로 했다”며 “특히 올해 설 명절마저 지난해보다 빨라지면서 특수 기간이 짧아지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그나마 조생 감귤은 품질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돼 가격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에 따른 여파도 감귤 농가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제주도가 25일 발표한 ‘2019 농축산식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 수입된 오렌지는 14만2443t으로 2014년 9만8371t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4.8% 급증했다.

감귤류의 경우 현재까지 144%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아왔지만 개발도상국 지위를 잃게 될 경우 43%로 낮아져 값싼 외국산 오렌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육지부에 다양한 외국산 과일류가 낮은 관세로 수입될 경우 제주 감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등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지역 무역업계 전문가는 “제주의 경우 직수입보다는 육지로 수입된 농산물을 유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경로로든 낮은 관세를 통해 수입된 외국산 농산물이 지역에 많이 들어올수록 농가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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