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난 감귤
못 난 감귤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10.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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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나아가 제주의 상징이다. 지구온난화로 감귤재배지역이 북상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감귤은 제주가 주산지이고 육지에서 감귤재배는 경제성이나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감귤이 지구 상에 등장한 것은 약 800만 년 전으로 본다.

미국과 스페인 일본 연구진이 세계 감귤류 게놈을 분석한 결과 히말라야 남동쪽인 인도 북동부와 미얀마 북부, 중국 남동부가 원산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감귤을 궁궐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대적 의미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1960년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60년대 중반 감귤 증산 5개년 계획에 따라 정부차원의 감귤 과수원 조성자금이 지원되면서 본격적인 산업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이렇게 자리 잡은 감귤은 초기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황금기였다.

당시 서귀포를 중심으로 하던 감귤은 지금은 예전의 북제주군은 물론 제주시 지역, 한라산 중산으로 세를 늘렸다. 속된 말로 돈 되는 농사로 입지를 굳혔다.

그런 감귤이 불안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된다.

#올해 산 노지 불안한 출발

못 나다.’ 사전 상으로 성품이나 자질, 능력 따위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사람이나 그 생김새가) 예쁘지 않거나 잘생기지 못 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요즘 감귤가격을 보면 이 단어가 떠오른다. 예전 못난 감귤이라는 이미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감귤만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맛과 예전의 맛이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현실을 본다. ‘못 났으면 맛이라도 있어라.’

올해 출하를 시작한 제주 노지감귤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주도 감귤출하연합회의 자료에 의하면 이 달 1~20일 출하된 제주 노지감귤은 14201t. 물량으로 보면 2017년 같은 기간 11957t 보다 18.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673t보다는 27.8% 감소했다.

그런데 가격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올해 같은 기간 평균경락가격은 57959원으로 집계됐다. 농가의 심리적 안정 가격대인 1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8000원선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경락가격은 9805, 2017년은 1122원이다.

#또 힐끔힐끔 행정을 쳐다봐

예견된 일이다. 올해산 출하 전 조사 결과 노지감귤의 당도는 6.8브릭스로 전년보다 1.4브릭스 낮아진 반면 산 함량은 3.28%로 전년 대비 0.11% 높아질 것으로 나왔다.

여기다 열매 크기도 컸다. 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 나타났다. 시장이 이를 모를리 없다.

행정은 산지폐기라는 단어가 풍기는 부정적 시각을 인식해 사실 상 산지폐기와 다름없는 시장격리 정책을 들춰본다. 모든 분야가 달라져야 하고, 또 새로 나가야 하지만 감귤산업의 중심은 그 깊은 뿌리처럼 꿈쩍 안 한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대에 머무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보여주듯 경제가 어려우면 과일소비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더더욱 매력적으로멀어지는 소비자의 발목을 잡아야 하는데, 지금 제주감귤이 얼마나 이에 호응하는지.

재배농민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봐야 하는데, 힐끔힐끔 행정을 또 살핀다. 제주감귤의 현실이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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