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따라 '각양각색'..."공간‧인연 힘으로 자라나요"
주인장 따라 '각양각색'..."공간‧인연 힘으로 자라나요"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10.2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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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탐방 13-서귀포시 대정읍편
돌집 대조 문화예술공간 '이듬해봄'
15년 만에 고향에 와 차린 '독서의 입구'
경제 등 전문서적 판매 '미스터북'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길목, 모슬포항을 품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에도 새로운 문화를 꽃 피워가는 지역밀착형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공세적 마케팅에도 ‘책이 좋아서’라는 스스로의 행복을 따라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한 이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꾸민 공간과 서가, 문화‧교육 프로그램 기획으로 꿋꿋이 서점을 지켜나가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한 문화예술 체험이 이뤄지는 이듬해봄과 대정 아이들과 독서의 기쁨을 나누는 독서의 입구, 경제서적이 강세를 보이는 중고서점 미스터북 등 이들 동네책방은 책을 통해 주민과 사람들이 모이는 장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이듬해봄

책방 이듬해봄 서가에 선 김진희 대표
책방 이듬해봄 서가에 선 김진희 대표

“공간과 인연의 힘을 믿습니다. 매번 책방 문을 열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공간을 찾는 분들과의 인연에 힘을 얻고 계속해서 서점을 지켜갈 것을 다짐합니다.”

이듬해봄(대표 김진희)은 재작년 5월 제주시 대정읍 하모리에 위치한 옛 제주 돌집을 개조해 책과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다.

마을 돌담길을 천천히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이 공간은 시골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기존에 있던 창호지와 문살, 나무기둥, 이불장을 그대로 둬 오랜 세월의 향기가 묻어나오고 있다.

어릴 적부터 ‘친구는 문방구 주인, 나는 책방 주인’을 하겠다고 말할 만큼 책을 좋아했던 김씨의 서가에는 그의 취향이 반영된 에세이집과 사진집, 독립출판물이 주를 이뤘던 초기와는 달리 현재는 그림책과 인문서적, 제주 관련 도서 등이 추가되면서 그 범위가 확장됐다.

이듬해봄을 찾는 손님들 또한 반가운 변화를 맞았다. 처음에는 책방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관광객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지역주민과 이주민, 관광객들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심야책방’ 사업에 선정,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리는 프로그램 참여자는 지역주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지역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달 프로그램에는 할로윈 파티가 계획돼 있다.

한편 책방 이름은 2016년부터 약 1년 간 돌집을 서점으로 개조해나간 김씨 부부가 서로에게 “이듬해 봄에서야 책방을 열게됐네”라는 말을 나눈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이듬해 봄’이라는 말은 김 대표가 공간을 찾는 손님에게 매년 봄, 변치않고 서점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됐다.

주소=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549-3.
 
#독서의 입구

독서의 입구 서가

“서점을 열겠다는 결심은 제 어린 시절 독서에 대한 결핍에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뛰어 놀며 자랐던 고향 대정지역 어린이들과 책의 중요성과 가치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독서의 입구(대표 황현정)는 지난 6월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오픈한 신생 동네책방이다.

제주에 작은서점을 세운 이들 중 이례적으로 제주 출신인 황 대표는 15년 만에 고교 시절 이후 떠나있던 고향 대정읍에 돌아와 책방 운영과 아동 독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좋은 책들의 공간’을 내건 황 대표의 책방 속 서가에는 아동과 성인을 위한 그림책과 초등학생을 위한 수준별 도서, 청소년도서, 성인도서 등으로 정리돼 있다.

모든 책들은 황씨가 직접 고르고 있어 장서량은 적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그가 판단한 책들로 채워져 있고, 채워가고 있다.

특히 성인도서의 경우 28인의 작가별 칸을 따로 만들어 작가 소개와 그들의 작품들을 분야별(시, 산문, 취미, 여행, 마음, 인생, 읽기, 쓰기 등)로 한 곳에 소개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독서지도사 및 사서 자격증 소지자이기도 한 황씨는 어린이를 위한 독서 놀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손님이 책방에 찾아가면 매주 다른 그림책을 읽고, 이와 관련된 미술 놀이를 곁들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주중에 같은 체험을 하고 싶다면 전화로 신청 후 조율 가능하다.

또 주민들을 위한 지역밀착형 책방이 되기를 원하는 이 서점에는 현재 고등학생과 일반인 등 주민들이 진행하는 자발적 독서 소모임이 열리고 있다.

주소=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3941-13 2층.

'독서의 입구' 입구에 붙여진 독서교육 안내문
'독서의 입구' 입구에 붙여진 독서교육 안내문

#미스터북

미스터북 서가에 선 김태진 대표

“중고책방에서 우연히 좋은 책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공유코자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책방을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경제 책을 팔며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요.”

미스터북(대표 김태진)은 2016년 1월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 자리 잡고 경제(금융), 영어, 인문,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중고서적들을 판매해오고 있다.

2013년 제주로 이주해 도내 금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서가에는 실제 삶과 직결된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 경제 및 금융 분야 도서들이 전문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워렌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과 같이 내재된 가치가 큰 기업을 발굴하고,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하는 가치투자자들의 투자 원칙을 알려주는 도서는 별개 서가로 분리해 다루고 있다.

이외에도 의미 있지만 버려지는 책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가 읽거나 모아온 경제 관련 중고서적과 영어교육도시 인근인 점을 활용해 이를 겨냥한 영어 관련 도서,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좋은 소설과 인문도서들이 비치돼 있다.

책방은 새 책의 경우 정가로 판매하며 중고서적의 경우 기본적으로 반값에 판매하고 있다.

또 그는 책방을 찾는 손님에게 원하는 책이 있는지 물어보고 이에 따른 적합한 도서를 추천해기도 하고, 그의 전문성을 살려 희망하는 이들에 한해 금융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소=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163-5. 

미스터북 서가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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