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연 속 '틈의 미학', 인생과도 일맥상통
제주 자연 속 '틈의 미학', 인생과도 일맥상통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10.22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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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청년 설치미술가 강태환 작가 인터뷰
제주도립미술관 올해 첫 도입한 ‘영 앤 이머징 아티스트’ 작가로 선정
내년 2월 7일까지 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에서 개인전 ‘휴(休)’ 개최
강태환 작가가 내년 2월 7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시민갤러리에서 개인전 ‘휴(休)’를 열고 있다.

“제주의 암석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틈의 미학은 모든 인간의 삶과 관계에서도 적용됩니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최정주)이 올해 첫 도입한 ‘2019 영 앤 이머징 아티스트’ 작가로 선정돼 내년 2월 7일까지 미술관 시민갤러리에서 개인전 ‘휴(休)’를 열고 있는 도내 청년 설치미술가 강태환 작가(36)를 만났다.

강 작가는 빛이 나는 ‘광섬유’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 공간에 늘어뜨린 긴 가닥들이 바람이나 관객 등에 의해 흔들리거나, 뒤엉키고, 풀리는 우연의 과정 자체를 ‘틈(gap)’으로 보고, 이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제 작업의 첫 시작은 제주 자연에 있었다”며 “제주 암석의 ‘틈’을 통해 바람이 지나가고, 땅이 정화되고, 지하수가 생기고, 생명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작가는 최근 틈의 의미를 인간의 보편적 일상과 대인관계 속 ‘숨쉬는 공간’으로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광섬유의 긴 가닥을 똑같은 비례로 매달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닥이 늘어지거나 떨어지는 등 우연적 요소가 틈 사이로 얽히고 설키며 모습이 변한다”며 “삶과 관계 속 여유와 견고함을 주는 틈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태환 작 '비움 공간'

올해 강 작가가 출품한 신작 ‘비움 공간(2019)’ 은 광섬유 1만5000개가 들어간 대형 광섬유 설치 미술작품이다.

그는 “첫 시도로 광섬유를 다각도로 볼 수 있게 사선형으로 늘어뜨린 게 특징”이라며 “광섬유 중 몇 가닥에는 빛이 새어나오게 해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확대되는 형상을 만들었다. 무에서 유의 공간이 창출돼가는 과정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강 작가는 구상 단계인 스케치부터 작품 설치, 점등 및 거울 시트를 통한 빛 반사까지 첫 2차원부터 다차원까지 나아가는 미술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작품은 설치미술의 특성을 살려 공간에 따라 분위기와 각도가 달라진다. 이번 전시장은 휴식(休)의 의미를 살려 제주 오름 형상의 조형물로 자연같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며 "인공의 공간이지만 작품으로 자연 속 휴식의 공간을 연출코자 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앞으로도 광섬유를 활용한 미술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광섬유 소재가 갖는 한계점을 보완키 위한 새 소재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그의 새 시도는 11월 16일부터 일주일 간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릴 개인전에서 선보인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영 앤 이머징 아티스트는 미술관이 올해 첫 도입한 청년작가 발굴 및 지원 프로젝트로, 이번 강태환 작가 개인전을 계기로 본 사업을 정례화시켜 제주 유망 청년작가들에게 전시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2012년 제주문화예술진흥원의 제주청년작가전에 우수작가로 선정되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 2016년부터 광섬유를 활용해 틈을 표현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그는 개인전 6회, 단체전 80여 회를 거치고 다수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소 부문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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