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데이
사과데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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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애월고등학교 교사

To 진아에게. 진아야 안녕? 나는 소영이야. 이번 시험 기간에 내가 많이 예민했었어. 공부는 많이 하지 않았고, 시험은 자신이 없고, 네가 수학 문제 물어봤는데 친절하게 답해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실은 그날 아침 엄마에게 시험이 무슨 벼슬이냐고 꾸중을 듣고 와서 내가 기분이 많이 안 좋았어. 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마침 사과데이 행사가 있어서 너에게 마음을 다해 사과 편지를 쓰고 있어. 사실 나는 너를 많이 의지하고 있어. 이전처럼 다정하게 우리 지냈으면 좋겠어! 진아야 사랑해. 우리 우정 영원했으면 좋겠어. From 소영

 

지금은 행사 진행 중이다. 예쁜 카드에 마음을 담아 손편지를 쓰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과 그림이 있는 예쁜 엽서에 애월고등학교 마크가 새겨진 엽서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일로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거나 마음의 상처를 줬거나 친구에게 고마웠던 일, 선생님께 감사했던 일을 편지를 써서 상담실에 제출하면 오는 24일 우리 학교 또래상담부 친구들과 학생회 친구들이 애플(사과)과 함께 편지를 전달하는 이벤트다.

둘이 서로 사과하고 감사하며 우정을 돈독히 하고 사랑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

또래상담부 친구들은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등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며 한 달 동안 준비를 했다.

평소에 또래상담부 친구들은 학교 내에서 친구들이 자신의 가정 일이나 친구와 관계에서 힘들 때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상담해주는 역할을 한다.

교사에게 다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친구에게 이야기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또래상담가들의 역할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또래 간 갈등을 해결하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조정자다.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작은 이벤트가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접수하면 또래상담가들은 학년별, 반별로 분류하고 미리 준비한 사과를 깨끗이 씻고 말려서 카드와 사과를 비닐봉지에 담고 라벨지를 붙여 박스에 담는다.

그리고 행사 당일 많은 친구 앞에서 사과 봉지를 전달받는다. 친구들은 사과 편지를 받는 친구에게 축하의 박수를 건넨다.

사과는 혼자 먹는 것보다 나눠 먹을 때 우정이 더 꽃핀다.

애플데이는 학교폭력 대책 국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화해와 용서의 운동을 벌이자는 취지로 정한 날로 1024일이다.

학교에서는 화해의 기술을 배우고 있다. 갈등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분열과 분열은 미움과 시기와 폭력과 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화해의 기본은 존중과 책임의 관계다. 나를 존중하듯이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가능하다.

작은 실천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간다.

나를 성찰해보고 좋은 말 사용하기, 상대방이 기분 좋은 말 표현해보기, 나를 존중해 줄 때 기분 말해보기,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내가 기분 좋았을 때 사용하는 언어와 내가 기분 나쁠 때 사용하는 언어 비교해 보기, 표정·감정 등을 함께 생각해보고 느낌 말하기 등을 통해 학생들 간의 성숙한 의사소통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이벤트다.

행복한 학교생활은 공부하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던 문학 행사, 이벤트, 체육행사, 축제 등도 공동체가 되는 훈련이다.

평소에 친하지 않았지만 다가가고 싶은 친구에게 작은 엽서를 통해 나의 마음을 전하는 사랑의 행사를 많은 학교가 진행하면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점점 우리와 멀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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