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못 막으면 사법정의 못 지킨다
보복범죄 못 막으면 사법정의 못 지킨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06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해자를 구속 격리하고 피해자와 증인에 대한 신변보호제도도 있지만 도민들은 여전히 ‘보복범죄’에 노출돼 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보복범죄는 44건에 이른다. 보복범죄는 가해자가 자신을 신고·고소하거나 법정에서 불리하게 진술한 피해자·증인에게 앙갚음하는 범행이다. 이는 단순 협박에 그치지 않고 중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5년 제정한 범죄피해자보호법은 형사소송 과정에서 한 진술, 증언으로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을 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이러니 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하고서도 신고하거나 법정 증언을 꺼린다.
우리의 범죄 신고율이 영국·프랑스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학적 수사 못지않게 피해자나 목격자들의 신고와 증언이 중요하다. 보복범죄의 상당수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직후 또는 형을 마치고 출소한 직후 일어나는 만큼 당국의 지속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의 기본 임무 중 하나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일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것만도 끔찍한데 같은 가해자로부터 또다시 피해를 당한다면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나 다름없다. 피해자가 범죄 피해를 입고도 사법당국에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나 증언을 못하게 되면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해 사법 정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수감된 가해자의 편지가 피해자에게 발송되지 않도록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거는 전화도 차단할 뿐 아니라 가해자가 가석방되면 피해자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감시한다.
보복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피해자보호법에서 말하는 신변보호 프로그램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담 인력도 늘려야 한다. 또 범죄자의 수형 상황과 출소 시기를 피해자에게 알려주고 보복 범죄의 가능성이 큰 범죄자에 대해서는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경찰의 보호서비스도 필요하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가 확대되거나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수사당국이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제주지역의 보복범죄로 인한 구속률은 42.3%로 전국평균 39.5%를 웃돌고 있다. 검찰은 보복범죄 가해자의 구속을 원칙적으로 하고 양형 기준상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더욱 엄정 처벌해 나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