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면 4·3희생자 억울함 다 풀릴지…”
“언제면 4·3희생자 억울함 다 풀릴지…”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09.30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사 문제 해결위해 국회서 증언나선 김을생 할머니
“어떵 살아온 날을 잊을수 있수과” 억울함 증언 나서
제주4·3과 깊은 인연 여순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 담아
30~10월2일 영상·증언·마당극·세미나로 '역사 기억하기'
'국내 과거사 문제해결을 위한 국회 한마당'이 30일 개막한 가운데 김을생 할머니(사진 가운데)와 남여현 할아버지(왼쪽)가 제주4.3과 여순항쟁 당시 겪어야 했던 아픔을 증언하고 있다.
'국내 과거사 문제해결을 위한 국회 한마당'이 30일 개막한 가운데 김을생 할머니(사진 가운데)와 남여현 할아버지(왼쪽)가 제주4.3과 여순항쟁 당시 겪어야 했던 아픔을 증언하고 있다.

“아이고 아버지, 시신이라도 찾아시민 좋쿠다(좋겠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서대문형무소, 목포형무소 대구형무소 4·3때 죄 없는 제주사람들 재판도 안하고 감옥에 담았다가(수감시켰다가) 어디강 죽여신디(죽였는지) 찾지도 못행 억울행 죽어지쿠다. 사람을 살라지는 못할망정 이승만 대통령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합니까, 이 원통함을 아무리 얘기해도 끝이 어수다(없습니다). 도망도 못간 어머니는 머리가 깨져 피가 잘잘 허고. 어떵 그렇게 살아온 날을 잊을수가 있수과”

1948년 음력 10월 중산간 마을인 제주시 영평상동에 살던 김을생 할머니(84, 당시 14살)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과거사 해결을 위한 국회 한마당’에서 아직도 어제 같은 그날의 기억을 전했다.

국회에서 4·3피해자 증언이 이뤄진 것은 처음으로 증언마당에 나선 김 할머니는 “한밤중에 마을이 불타고 우리집도 다 불에 타 세상이 훤했다”며 “데스카보 쓴 사람, 갈옷입은 사람, 국방색 도리우찌 모자 쓴 사람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불태웠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김 할머니는 최근 4·3생존수형인에 대한 법원의 공소기각과 형사보상 결정에 대해서도 “산 사람 억울함도 풀어줘야 하지만 죽은 사람도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하루빨리 4·3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간절하게 전했다.
이날 증언에는 4·3 당시 제주도민들에 대한 무력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발생했던 전남 여수·순천의 ‘여순항쟁’ 피해유족인 남여현 할아버지(73)의 증언도 이어졌다.

김 할머니와 비슷한 시기인 1948년 10월30일(음력 9월28일, 당시 3살) 남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경찰에 강제연행돼 20여일 후 순천 쌍암지서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총살, 사망됐다.
김 할아버지는 당시 22살에 혼자가 된 어머니와 가족들의 고통스런 삶의 과정을 전한 뒤 “제주4·3은 그래도 특별법도 있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도 했지만 여순항쟁은 아직 특별법 조차 없다”며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여순항쟁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유족중언에 앞서 국회 의원회관 제3전시실에서는 제주4·3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1987년 6월항쟁부터 1980년 광주5·18민주화운동,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60년 4·19혁명, 1950년 노근리학살, 1948년 여순과 제주4·3, 1945년 해방까지 이어지는 사진과 영상기록전이 개막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 주승용 국회 부의장, 정인화 의원과 장정언 4·3유족회 고문과 송승문 유족회장, 양조훈 4·3평화재단이사장, 백경진 4·3범국민위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또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는 영화 지슬의 모티브가 됐던 마당극 ‘헛묘’가 공연, 4·3당시 안덕면 동광리에서 벌어졌던 민간인학살의 아픔도 전했다.
이날부터 오는 2일까지 열리는 ‘국내 과거사 문제해결을 위한 국회 한마당’은 오영훈 국회의원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위가 중심으로 준비, 광주 놀이패 신명의 ‘언젠가 봄날에’의 공연, 국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을 위한 세미나도 이어진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