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세계가 인정한 자연 보물섬...글로벌 환경수도 '날갯짓'
[창간]세계가 인정한 자연 보물섬...글로벌 환경수도 '날갯짓'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9.3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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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래 가치 재창조 (2)자연환경
그래픽=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동서 약 73㎞. 남북 41㎞로 타원형 모양의 동아시아의 작은 섬 제주. 이 화산섬 중앙에 1950m의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고 이 주위에서 크고 작은 360여 개의 오름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땅 아래에는 160여 개의 용암동굴이 한라산과 오름, 제주인들을 떠받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섬 하나에 많은 오름과 동굴이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며 이런 제주의 가치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환경분야 유네스코(UNESCO) 3관왕과 람사르 습지 지정 등으로 세계의 ‘환경 보물섬’으로 인정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제주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확대돼 세계인의 보물섬이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청정 제주’의 가치를 보전하고 키우는 데 제주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ㆍ람사르습지 등록 제주 가치 인정
제주처럼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이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개 분야를 모두 석권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제주도가 처음 유네스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2002년 12월이다. 당시 해발 200m 이상 한라산 지역이 생물권보전 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6월 20일 유네스코 MAB(인간과 생물권 계획ㆍMan And Biosphere programme) 국제조정이사회가 제주도 전체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확대ㆍ지정하면서 제주의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했다.
2007년에는 화산섬 제주의 경관적ㆍ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지구의 역사가 담긴 곳, 희귀한 동ㆍ식물이 자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곳, 경관이 아름다운 곳 등을 지정해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오름, 김녕굴·만장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유산 면적은 제주 전체의 10%가량인 188.45㎢(핵심지역 94.75㎢·완충지역 93.7㎢)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지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라산에 대해“폭포와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 호수를 이룬 화구 등이 발달해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지구의 특징과 생성과정에 대한 역사를 밝혀줄 수 있는 증거를 간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0년 1월에는 화산섬 제주의 독특한 지질환경이 지닌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 섬 전체가 한국 최초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타이틀에 마침표를 찍었으며 지난 5월 14일 유네스코가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하면서 기존의 한라산과 만장굴, 성산일출봉, 서귀포 패류화석층, 천지연폭포, 대포동 주상절리대,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 비양도, 선흘 곶자왈 외에 교래삼다수 마을(총 23.6㎢ㆍ삼다수 숲길 , 교래곶자왈, 돌문화공원)을 새로 추가해 총 13곳을 지질명소로 지정하면서 제주 자연자원의 가치를 인정했다.
이와 함께 2006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 습지를 시작으로 물장오리 습지, 1100고지 습지, 동백동산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서 전 세계가 제주의 생물다양성과 이의 보전을 위한 중요한 지역이라는 가치를 확인했다.

▲‘세계 환경 보물섬’의 가치
제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과 람사르습지 등록 등을 통해 세계 환경 ‘보물섬’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전 세계 언론들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유명 관광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관광ㆍ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듬해부터 영국의 BBC, 일본 NHK,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 해외 유수의 TV 방송사를 비롯한 해외언론들이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만장굴, 주상절리대, 제주 올레, 해녀 등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제주의 관광산업은 그동안 단순한 경관 위주의 관광에서 제주의 지질학적 가치와 제주의 독특한 생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관광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몰렸다.
이러한 변화는 10조 원이 넘는 직ㆍ간접적 경제적 효과로 이어졌다.
제주도가 제주연구원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다음 해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세계자연유산이 직접적 동기가 돼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총 380만명(내국인 230만명ㆍ외국인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관광객이 지출한 총금액, 즉 소비지출 효과는 총 3조143억원(운수 5152억원, 음식점 및 숙박 6839억원, 도소매 1조2518억원, 사회 및 기타 서비스 5625억원)이었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 5조1961억원(도내 3조5406억원·도외 1조6555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2조1404억원(도내 1조5107억원·도외 6297억원)으로 각각 분석됐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가져온 직·간접적 경제효과가 무려 10조3천508억원에 달한 셈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제주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40.2%에서 87.3%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59.6%가 세계자연유산 제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주가 인류의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유산을 넘어 세계 자연환경의 중심지로
제주 자연환경의 가치를 전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청정 제주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 세계인들의 제주 자연 보전에 대한 공감대를 높아지면서 이를 위한 제주도와 정부 차원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자연자본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제주와 제주도민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춰야 한다”라며 “제주의 자연환경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2014년부터 2020년을 목표로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최근 자체 평가한 세계환경수도 조성 세부실행계획 결과에 따르면 환경 33건, 경제 10건, 사회 5건 등 사업 48건 가운데 18.7%인 9건의 추진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주국립공원 확대지정은 일부 주민의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며 자원순환 촉진사업에 대해서는 도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환경수도는 선언적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자연환경이 단순히 보존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개발.보존 경계서 갈등 해소 위해 제3의 길 모색해야..."

“개발이냐 보존이냐 경계를 설정하면 그 경계는 갈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가 경계를 구분짓는 것은 무수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개발과 보존을 초월하는 ‘제3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제주의 환경정책에 대해 “도민들이 자연 보존에 대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이 갖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를 활용해서 일자리창출ㆍ소득창출ㆍ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그 길이 제3의 길이며 ‘자연자본주의’가 그 길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환경수도는 선언적 의미에 있어서는 중요한 내용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제주 자연환경에 대한 체계적 보전과 가치 활용을 위한 필요한 재원 확보 대책 등이 복합적으로 마련될 때 실질적인 동북아 환경수도를 달성할 수 있고 의미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환경에 대해서 관념적으로 ‘보존하면 좋다’ ‘가치가 높아진다’고 이야기하는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라며 “생태계 서비스가 제공하는 이익에 대한 보다 구체적 사례와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계량화한 수치를 제시하고 도민들이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소득 창출, 지역발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라고 정책 방향의 전환을 요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연환경이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오염된 환경에서 빛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익숙한 개발에서 얻어지는 이익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라며 “생태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능과 서비스의 총량을 파악해서 생태계 서비스가 보다 향상될 수 있는 쪽으로 하게 되면 도민들의 우려하는 삶의 문제, 일자리 문제, 소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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