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정치인 vs 시민의식
유튜버 정치인 vs 시민의식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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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사)홀로그램콘텐츠산업협회 이사장·논설위원

교육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진로교육을 목적으로 매년 초·중·고생의 희망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왔다.
세월에 따라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희망 직업이 변화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겠지만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와 많은 교육 관계자들을 당혹게 했다.
 바로 초등학생 희망직업 순위 5위가 유튜버라는 사실이다.
프로게이머, 네일아티스트, 타투이스트처럼 세월에 따라 종종 생소한 직업이 희망 직업 순위권에 오른 예는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유튜버의 예처럼 단숨에 5위로 등극한 예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10대에게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 10인 중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유튜브 스타로 꼽혔을 정도니 이 열풍은 대한민국만이 아닌 가히 세계적 추세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이 시대에 유튜브가 지니고 있는 매체로서의 힘과 파급효과를 일깨워주는 것 같아 벌써 구세대 반열에 오른 필자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낄 뿐이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라는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기존 과학에 반한 자신들만의 실험과 주장으로 지구가 평평한 원반형이라 주장한다. 처음에는 해프닝 정도로 끝날 줄 알았으나 최근 ‘평평한 지구 학회(Flat Earth Society)’라는 단체를 만들고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등지에서 ‘평평한 지구 콘퍼런스(FEIC)’ 국제학회까지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수 년째 연구해 온 미국 텍사스공과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애쉴리 랜드럼 교수 연구팀은 ‘지구 평면설’ 지지자의 급격한 증가는 유튜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7년 노스캐롤라이나와 2018년 콜로라도에서 열린 ‘평평한 지구 콘퍼런스(FEIC)’ 참석자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그 중 29명이 ‘지구 평면설’을 믿게 된 계기로 유튜브를 꼽았고 나머지 한 명도 유튜브를 본 사위와 딸의 권유로 믿게 됐다며 궁극적으로는 30명 모두 유튜브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디어에 의해 반복 노출된 내용이 믿음을 만들고 신념이 돼 사상으로 고착화되는 이런 현상은 많은 독재 국가들이 언론 통제를 통해 자행되던 수법이라 낯익다.
유튜브의 자동 추천 기능은 사용자의 동영상 시청이 끝나면 유사한 콘텐츠를 자동 추천해 재생되도록 알고리즘화 돼 있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특정 콘텐츠에 반복돼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콘텐츠의 양질성, 정확성, 신뢰도와는 관계없이 유튜브 이용자의 체류시간 증대에 목적을 둔 상업적 알고리즘이라는 점이다. 누군가에 의해 전달받은 유튜브 URL을 클릭하는 순간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 콘텐츠를 반복 시청하게 되고 결국 세뇌당한다.
너무 지나친 비약인가?  
이제는 인기 있는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비단 초등학생뿐 만은 아닌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채널을 만들어 정치적 지지자를 형성하고 세력을 결집시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튜브는 그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사전, 사후 심의가 없는 일인 매체이다 보니 기존 매체보다 훨씬 주관적이고 자극적이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큰 만큼 유튜버 정치인들은 그 내용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며 시청자 또한 ‘일단 뱉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유튜버 정치인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가려내야 한다.
그것이 직접 민주주의를 중우정치라 비난하는 세력으로부터 오랫동안 기다려 쟁취했던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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