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특별법 표류, 누구에게 책임 물어야 하나
4·3 특별법 표류, 누구에게 책임 물어야 하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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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제주4·3 생존수형인 18명에게 53억여원의 형사보상을 결정했다. 4·3당시 국가공권력에 의한 불법행위를 인정한 결과다.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이 나온 뒤 제주정치권은 앞 다퉈 환영 논평을 냈다. 이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지역출신 3명의 국회의원도 포함된다. 원 지사는 “잘못했으면 사과해야하고, 피해를 줬으면 책임져야한다.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출신 3명의 국회의원은 “생존자들과 희생자 유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 국가 폭력에 대해서 국가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정치권은 4·3문제에서 만큼은 한 목소리는 낸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제주4·3특별법 개정과정에서 어떤 진전을 이끌어 냈는지는 의문이 나온다. 제주출신 국회의원에 의해 법률개정안이 발의 됐지만, 이 법은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투명하다. 4·3특별법의 표류는 자유한국당이 미온적 태도가 주 원인이다. 그렇다고 제주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개정 법률안 발의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 타협안을 이끌어 내야 하지만 결과물을 내 놓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원 지사 또한 4·3특별법 표류에서 마냥 자유롭다고 볼 수만은 없다. 원 지사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야권의 통합을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자유한국당과 정치적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4·3특별법 개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정치성향을 떠나 도지사로서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사에서 4·3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수의 양민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데 있다. 한없이 선량하게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무참하게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됐는데도 이들에 대한 신원(伸寃)이 없으면 이는 정의에 반하는 반인륜적 행태다. 특히 그게 우월한 지위에 있는 국가공권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라면 더더욱 보상이 따라야 한다. 4·3특별법 개정의 당위성은 이처럼 차고 넘친다. 지역출신 국회의원 그리고 도지사. 이들이 4·3특별법 표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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