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없는 공연장, 제주문화예술의 민낯
기획자 없는 공연장, 제주문화예술의 민낯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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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공공 공연장 6곳 중 절반이 전문 공연기획자가 없다. 공연기획자가 있다는 3곳 역시 전문 공연기획자가 단 1명인데 이 중 두 곳은 기획자 한 명이 기획과 교육, 홍보, 하우스 매니저 역할을 전담하는 실정이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이런 판에 공연장 전반을 관리하는 하우스매니저가 필요하다는 말은 꿈나라 얘기일 것이다.
흔히 공연의 3요소를 창작자, 공연자, 관객이라고 한다. 이 중 공연자와 관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공연 기획자다. 한 마디로 공연 기획자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다. 공연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마지막 집행까지 총 진행을 책임지는 무대 뒤에 숨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주인공이 없으니 제주도 공연 예술경영의 실정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 할 것이다.
제주연구원(원장 김동전)이 그제 발표한 ‘제주지역 공공 공연장 및 예술단 전문인력 확보 방안’에 따르면 공공 공연장 및 도립예술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공연 지원에 필요한 전문 인력 확보와 조직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 공연장이 있으면 당연히 공연과 무대 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공연장을 만들어 놓고 이를 운영할 사람은 두지 않는 제주도의 ‘헛바퀴’ 문화예술 행정을 비꼬는 말이나 다름없다.
하루속히 조례 개정을 통해 공연기획자와 무대 전문인력 채용 의무 조항을 둬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일은 공연장만이 아니다. 조례로 조항을 둔 곳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도립무용단과 도립서귀포예술단의 경우, 사무국 정원이 각 5명과 3명이지만 현원은 각 1명씩뿐이다.
제주연구원은 또 공공 공연장과 예술단 운영을 위해서는 공연장과 예술단과의 상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주도 문화예술 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행사나 공연이 부실화되는 이유는 안일한 기획 탓이다. 부실 기획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공연을 기대했던 관객과 공연 당사자이다. 더욱이 그 피해는 관객, 공연자, 도민 개인을 넘어서 제주특별자치도 이미지 손상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역사회의 경제 성장 못지않게 올바른 공연 문화의 기반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문화 후진 사회’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기획자 없는 공연장은 제주문화예술 현장의 민낯이다. 제주도가 올바른 처방과 실천을 내놓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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