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9일…기억해야 할 ‘국치의 날’
1910년 8월 29일…기억해야 할 ‘국치의 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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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와 오사카아사히신문

日 3대 유력지 ‘아사히’ 전신 신문
8일간 걸쳐 보도한 ‘조선호 특집’
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 메이지(明治) 43년 8월 29일 조선호(朝鮮號) 제일(第一) 순종과 왕비 사진.
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 메이지(明治) 43년 8월 29일 조선호(朝鮮號) 제일(第一) 순종과 왕비 사진.

지난달 말 오사카에 사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좋은 신문자료가 나왔는데 관심이 있는 지와 매입할 의사가 있는 지를 묻는 전화였다. 말씀을 들어보니 사업 상의 경제성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가는 자료였다.

그런데 예상 가격이 좀 높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 자료를 원하는 곳이 없으면 그냥 내가 소장하면 되지 뭐하는 배짱으로 그 분과 상의해서 상한선을 정하고 응찰하기로 했다.

며칠 후 다시 그 분에게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말씀이 우리가 정한 상한선에 낙찰은 됐지만 판매자가 좋은 자료이므로 그 가격에는 팔 수 없다고 한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원하는 가격이 낙찰가의 세 배나 된다. 보통 그럴 경우 판매자가 응찰 하한선을 정해서 올리는 게 업계의 상식이지만, 비상식적인 일은 일어났다. 그것도 일본에서.

이런 상황에서 선택지는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부르는 가격에 사든가 아니면 거래를 포기하든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판매자가 부르는 가격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그 시기가 묘했다. 하긴 그 판매자도 그런 걸 모두 고려한 호가(呼價)였을 테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 메이지(明治) 43년 8월 30일자 신문 제1면.
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 메이지(明治) 43년 8월 30일자 신문 제1면.

엊그제 기다리던 그 자료가 도착했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안고 조심스레 열어보니 역시 그간의 아쉬움은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좋은 자료였다.

그 자료가 뭐라고 원 낙찰가의 세 배나 되는 값을 치르고라도 입수해야만 했을까? 하긴, 언제 만나도 갖고 싶은 자료였을 테지만 한창 한·일 간의 무역분쟁으로 어수선한데다 광복절(光復節)이 다가오는 즈음이었기에 더 입수하고 싶었으리라.

그 자료는 메이지(明治) 43828일과 30일자 신문, 그리고 829~95일까지 매일 발행됐던 특집인 조선호(朝鮮號) 1~8이 합철된 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 뭉치였다.

그 즈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 일본 3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전신에 해당하는 신문에서 8일 동안이나 조선 특집이 발행됐을까?

815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 829일이 과연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럼 모르는 분들에게 국치일(國恥日)이나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말하면 다들 ~’ 하실 것이다. 그렇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날. 그 날이 바로 1910829일이다.

이 신문 830일자 1면에는 한국병합조서와 조약, 이가대우(李家待遇)의 조(), 왕족경칭조칙, 국호폐지칙령, 한국병합선언과 순종 황제의 조칙(韓帝詔勅)이 수록돼 있다. 특집인 조선호에는 (을사)보호(保護) 전과 보호시대의 조선, 조선의 장래, 전 일본공사 하나부사(花房)의 조선의 추억(朝鮮想出) 등 기고문과 통화(通貨재정·기독교·무역·의학·광산·자금·지리·연극·교통·도읍 등 조선 전반에 걸친 기사들이 수록돼 있다. 또한 다수의 사진과 지도, 광고 등 다양한 자료가 포함돼 가치를 더한다.

강제징용과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과정에서 야기된 한·일 무역전쟁으로 어수선한 지금, 광복절을 맞이해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것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이젠 나라를 빼앗겼던 날을 더 또렷하게 기억해야만 하는 요즘이 아닌가 싶다.

9월 1일 조선호(朝鮮號) 제사(第四) 전 일본공사 하나부사(花房)의 ‘조선의 추억(朝鮮の想出)’ 부분.
9월 1일 조선호(朝鮮號) 제사(第四) 전 일본공사 하나부사(花房)의 ‘조선의 추억(朝鮮の想出)’ 부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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