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왜곡 계속 땐 주택시장 회복 어려워
가격왜곡 계속 땐 주택시장 회복 어려워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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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 주택시장은 사상 유래 없는 호황을 맞았다. 관광객과 타지방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한민국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른바 유명세를 탄 메이커 아파트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떳다방 업자들이 제주로 몰리면서 제주 주택시장이 달아오를 데로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 약발은 5년이 못 갔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기고 타지방에서 제주로 들어오는 이주열기가 식으면서 주택시장엔 찬바람이 몰아쳤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8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HSSI는 44.4로, 전월(47.3)에 비해 2.9포인트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강원(41.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HSSI는 사업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급시장 지표로,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뜻하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제주지역 HSSI 는 최근 두 달 연속 40선에 머물고 있다.

제주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 인·허가 건수에서도 나타난다. 제주지역 올 상반기 주택 인·허가 실적은 2450호로 지난해 상반기(4362호)보다 43.8% 줄었다. 최근 5년간 상반기 평균(7328호)에 비해서는 66.6% 줄어든 수치다. 뿐만 아니다. 상반기 제주지역 주택 착공 실적은 3254호로 지난해 상반기(3740호)에 비해 13.0% 줄었다. 또 상반기 제주지역 공동주택 분양 실적은 711호로 전년 동기(1127호)에 비해 36.9% 줄었다. 지난 6월말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1218호로, 전월(1126호)보다 92호 늘었다. 주택시장 지표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게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 곳곳엔 신축 건물들이 즐비하다.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도 전역에서 휘날린다. 그런데 집이 팔렸다는 소식은 좀처럼 듣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택 수요층이 발길을 돌린 때문이다. 이들은 오를 대로 오른 지금의 주택가격이 떨어지기만 기다린다. 그런데 주택시장엔 아직도 ‘좋은 시절’만을 생각하는 ‘한탕’이 판을 친다. 거품이 잔뜩 낀 채 오를 대로 오른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제주 주택시장이 살아날 방법은 먼데 있는 게 아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원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수요자의 눈높이를 헤아려야 한다.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길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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