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종자자급 없인 ‘신토불이 밥상’ 요원
농작물 종자자급 없인 ‘신토불이 밥상’ 요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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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자급, 그리고 신토불이(身土不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밥상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던 단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어는 시나브로 지워진다. 한편으로 보면 자유무역을 대세로 하는 세계화와 시장개방의 큰 물줄기가 일반 국민들의 밥상문화까지 바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되짚어 고민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식량 자급률이 낮아지고 있다. 갈수록 외부 의존이 심화된다. 이 중심에 선 게 다름 아닌 종자 산업의 일본종속이다.

제주지역 주요 월동채소류인 월동무, 양배추, 마늘, 당근, 브로콜리 등은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제주 농가의 주요 수입원이다. 그런데 이들 월동채소류 대부분의 종자는 100% 일본에 의존하거나 상당 비율을 해외에 의존한다. 월동채소류 종자 국산화율은 브로콜리는 전무하고, 양배추는 1%, 당근과 양파는 15%에 그친다. 브로콜리의 경우 뉴탐라그린이라는 종자가 개발됐지만 역부족이다. 말그대로 지금 제주의 농경지를 일본산 종자가 호령한다.

이는 제주의 생명산업이라고 지칭하는 감귤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연말 도내 일부 감귤 농가는 식은땀을 흘렸다. 일본이 1년 전쯤 우리나라에 품종보호 출원한 만감류 ‘미하야’ ‘아스미’에 대한 판매 중단과 로열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출원 전 심은 감귤나무 수확물의 경우 임시보호권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한·일 간 감귤 ‘종자 분쟁’은 일단락됐다. 그런데 감귤산업 속으로 들어가 보면 상황은 복잡하다. 한라봉과 천혜향 등 도내 재배 감귤 대부분은 일본산이다.

일본에 종속된 종자의존 체제를 탈피하기 위해 제주도는 2002년 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을 통해 지역 종자산업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990년까지 일본산 종자를 도입했던 감자에서 2010년부터 100% 자급률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새 농작물 품종개발에는 보통 10년 이상 걸리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도 시간이 필요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 제주다운 농산물 생산을 위해 제주에 맞는 종자를 개발해 보급하는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작물의 종자를 지방정부의 힘으로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제주가 반드시 육성하고 키워야 할’ 핵심 농작물에 대한 종자개발은 꼭 필요하다. 제주도가 나서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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