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질 제한과 노화(老化)
당질 제한과 노화(老化)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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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논설위원

지난해 4월 일본의 한 주간지가 “당질을 계속해 제한하면 노화가 일어나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센세이션한 기사를 게재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질 제한이란 3대 영양소(단백질, 지질, 당질) 가운데 당질 섭취량을 줄이는 식사요법이다.
왜 지금까지 당질을 감소시키면 “건강에 좋다”고 얘기된 것일까?
이는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혈액 중의 혈당이 만성적으로 많아져서 혈당치가 높아지는 질병이다. 혈당치를 내리는 유일한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 부족으로 생긴다. 당뇨병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소가 있지만 생활습관병이라고 불리고 식생활, 운동부족, 비만 등에 기인한다.
식생활에 있어서 3대 영양소 중 식후에 혈당치를 높이는 것은 당질뿐이다. 당질을 감소시키면 혈당치를 낮게 조절할 수 있어 당뇨병의 개선이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자료들도 보인다.
당질은 주식인 쌀밥 및 빵, 면류 등 탄수화물(주로 당질과 섬유소로 구성됨)에 많이 함유돼 있다. 그리고 단 과자류나 주스에 많고 과일, 알코올류(맥주, 막걸리 등)에도 당질이 많다.
일반 성인에게 권장되는 식사 섭취량은 단백질 13~20%, 지질 20~30%, 탄수화물 50~65%이다. 이 권장량은 쌀밥과 국, 반찬 2~3개 정도로 쌀밥은 매 끼니 공기 하나, 남성은 점심이나 저녁에 한 번 공기 2개 정도 먹는 양이다.
당질을 제한하려면 우선 쌀밥을 줄이면 된다. 참고로 쌀밥인 경우 공기 하나는 약 150g으로 당질은 55g 정도다.
일본에서 일찍이 당질 제한 효과를 알리기 시작한 사람은 교토에 있는 다카오 병원 의사(江部氏)다. 이 의사는 당뇨병 환자에게 세 끼니 전부 탄수화물을 뺀 이른 바 ‘슈퍼 당질 제한식’을 실시하고 있고 의사 자신도 52세에 당뇨병에 걸린 이래 69세인 지금까지 ‘슈퍼 당질 제한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의사의 당질 섭취 비율은 총 에너지 중 10%가 안 된다고 한다.
당뇨약도 복용하지 않으며 당화혈색소(HbA1c) 등 당뇨병을 나타내는 지표도 정상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당질 제한을 하면 노화가 일어나고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얘기인가?
이 주간지는 일본 토우호쿠대학 교수(都築氏)가 동물실험을 한 결과를 근거로 한다. 이 실험에서 보통 식이(食餌)가 주어진 쥐는 오래 살았는데 당질 제한을 한 쥐는 평균 수명보다 20~30% 덜 살았다는 것이다. 또 내장지방이 줄어들어 체중이 감소했고 나이가 들수록 털에 윤기가 없고 탈모가 빠르고 등골이 휘어지는 등 이른 노화로 보통 식이의 쥐보다 빨리 죽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질 제한한 쥐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당질을 제한하면 단백질이나 지질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섭취한 단백질은 아미노산(단백질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분해돼 근육 등에서 재합성되지만 실제는 일정한 비율로 불량품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것이 쌓이면 노화를 촉진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근육 대사가 왕성해 불량품을 잘 안내지만 나이가 들면 불량품을 많이 내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당질에 의한 혈당치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보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것(저영양)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년기에는 비만이나 당뇨병 예방을 위해 당질을 줄여도 좋지만 고령자는 당질 제한에 의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당질(탄수화물, 에너지)을 너무 도외시하지 말고 다른 영양소와 함께 적당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당질 제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겠다.
현재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과다한 당질 섭취는 안 되지만 극도의 당질 제한도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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