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최종 책임은 국가
교육의 최종 책임은 국가
  • 제주일보
  • 승인 2016.03.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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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제주도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우리 막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지방직 공무원이 아닌 국가직이다. 다시 말해서 선생님 봉급을 국가가 준다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학교시설비도 국가가 주는 예산 기반이다. 이것은 헌법 제31조에 의거한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데 근거한다. 교육을 받을 권리는 경제적 내지 지역적 이유로 교육을 받을 수 없을 때에도 국가에 대하여 교육을 시켜줄 것을 청구할 수 있고, 국가는 이에 대응하는 의무를 지는 적극적인 수익권을 의미하며, 의무는 모든 국민이 그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의무교육은 국가가 주도하는 무상교육 과정으로 초등과정은 1950년부터, 중등과정은 1994년에 군 단위부터 시행되다가 2001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우리는 작금의 보육대란을 유발하고 있는 누리과정 또한 무상복지의 확대 차원에서, 나아가 의무교육의 과정으로 만 3~4세 어린이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시키겠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이전 정부부터 시행한 사업이었고, 지난 대선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후보들의 공약을 철석같이 믿고 표를 찍었고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2014년까지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부담하던 누리과정 예산이 2015년도부터 시·도교육청으로 전액 이관되면서 문제로 불거졌다. 결론적으로 시·도교육청에서 2015년도 누리과정을 교육청 예산에 포함해보니 그 부족분을 고스란히 지방채로 메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도 1만9000명의 원아에 대한 누리과정 소요액 604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교육환경개선비, 경상경비, 교육사업 폐지와 축소를 통해 전년대비 294억원을 감축했지만 357억원의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했다.

교육청의 입장은 계속 빚을 내가면서 누리과정을 운영할 수 없으니 국가가 이를 반영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6년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는 줬다 하고, 교육청은 받지 못했다 한다. 정부의 주장은 매년 내국세 총액에서 20.27%를 떼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 보내주는 교부금에서 시설투자비 등을 줄여서 쓰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5년도 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에서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했으나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이를 삭감해 버린 것이어서 정부 스스로도 누리과정 국고지원의 당위성은 인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리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국가예산을 배정한다는 것은 지방교육재정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예산만큼 상향 조정해 주는 것이다.

지난 9일 제주도가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선 집행하기로 발표했다. 보육 교직원과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지사님이 내린 결단이라고 하지만 도민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첫째, 다 같은 국민의 입장에서 돈을 누가 내든 상관없다고 여길지 모르나 매년 땜질식 처방이 될까 우려가 된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 혜택을 줄여서 손자들이 득을 보게 하려니 마음이 아프다. 제주도교육청의 부채가 제주특별자치도의 부채로 옮아갔을 뿐이고, 마을회관, 경로당 증축비 대신 어린이집 운영비로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 제34조에 ‘무상보육에 소요되는 경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리감독권도 없는 교육감에게 교육청 예산으로 지원하라는 시행령은 상위법에 모순된다. 누리과정 예산은 출산장려 정책의 핵심이 될 유아교육에 대한 의무교육의 확대관점에서 보나, 누리과정이 과도기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전국적인 사업으로 운영되는 것이기에 대통령의 말씀하셨던 대로 중앙정부 예산으로 편성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우리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사업인 누리과정이 정치적 상황에 결코 영향을 받지 않는 중앙정부 사업으로 조속히 귀결되기를 소망한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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