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헥교’
방언 ‘헥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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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공칠 전 제주대 교수

한자어(중국어) 學校(학교)는 중국의 후한서(서기 426년쯤 성립) 공융전에 城邑(성읍)을 두고 학교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씌어왔다. 그리고 학교에는 그 목적이나 취지에 따라 여러 명칭이 있었다(성균, 대학과 소학(서명은 아님), 우학, 좌학 등등).

()은 중국 중고음(·당시대)+아래아+에 가까웠고 송대음은 과도 가까웠다.

도내에서 (무었을) ‘+아래아+헌다로 발음하면서 학교를 +아래아+로 발음하는 것은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이전에 그렇게 습득하여 지금까지 통용되고 온 것으로 매우 주목되는 사항이다.

1601(?)의 석봉 천자문에는 ()+아래아+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아직도 제주도 지방에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1775년의 광주(光州)천자문에는 +아래아++으로 나온다.

송대음 과도 가깝다. 제주도에서 지역에 따라 학교를 헥교라고도 하는데 그 음과도 비슷하다 하겠다.

그러다 보면 학교라는 말에는 지역에 따라 개인에 따라 학교, +아래아+, 헉교, 헥교, 핵교(심지어는 혹교)’와 같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들 변이형 중에서 자기 지방이나 자기가 쓰는 것만을 선호하는 것도 안 좋고 그렇다고 변차가 너무 심한 것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다. 이런 데서 방언과 개인어의 분별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방언에 여러 변이형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곧 역사성이 있다. 역사성을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 A에서 B로 변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외부적인 요인(표준어의 보급)도 있겠지만 낱말 자신 속에 간직한 소리의 특성상의 이유에서 온다.

+아래아+가 학교가 되는 것은 후속의 음에 소리가 담겨 있어서 그 소리의 역행동화(움라우트 현상)에 의해서 +아래아++>핵교>헥교가 될 수 있다(혹은 필자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도?). ᄒᆞ음의 ‘·(아래아)’소리가 소리로 변하게 되어서 (보기 +아래아+()>>>) 자생적으로 변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설근후축으로 ‘·’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생기는 여러 변이형 중에서 학교는 표준어와 같다고 해서 방언에서 떼어놓기도 하고, 표준어와의 공통형으로 해서 방언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어떻든 모든 방언(그리고 그 변이형)은 그것이 존재하는 연유가 있는 것이니 그러한 연유를 화자 자신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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