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에 숨어 우는 바람 소리…신비의 사막에 닿다
모래 속에 숨어 우는 바람 소리…신비의 사막에 닿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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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내몽고지역 사막을 찾아서-바람 소리가 울리는 향사막
바람 소리가 모래 속으로 울린다고 해 ‘소리 나는 사막’이라고불리는 ‘향사막’.
바람 소리가 모래 속으로 울린다고 해 ‘소리 나는 사막’이라고불리는 ‘향사막’.

오당소(五當召)를 돌아보고 호화호트 숙소로 돌아와 보니 내몽고 관광국장이 찾아왔습니다.

오래 전이라 이름은 잊었는데 조선족으로 내몽고 관광을 총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귀한 손님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는데 사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는 분의 친구인 듯했습니다. “내년이 내몽고 방문의 해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찾아왔다며 저녁을 함께 하자고 합니다. 외국에서 이런 귀한 대접을 받는 게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그래도 같은 한민족이라는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답니다. 내몽고에도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고, 조선족 학교도 있어 내일 그 학교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음 날 조선족 학교를 찾았지만 마침 겨울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을 만나지는 못 했습니다.

학교를 나서고 우리 일행은 바람 소리가 모래 속으로 울린다는 향사막을 찾아 나섰습니다. 내몽고 두 번째 도시라는 포두(包頭)를 거쳐 가는데 복잡한 도시를 빠져나오자 거대한 황하 대교가 보입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 황하강 상류가 얼어붙자 석탄을 실을 차량들이 강 위를 달리고 있다.
추운 겨울 날씨에 황하강 상류가 얼어붙자 석탄을 실을 차량들이 강 위를 달리고 있다.

황하강 상류에는 거대한 노천 석탄 광산이 있는데 그 곳에서 채굴한 석탄은 포두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가 온통 시커멓습니다.

향사막은 황하강 상류 부근에 위치했답니다. 겨울철이라 강물이 얼어 강 위로 차가 다닐 수 있다고 해 우리 일행은 강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얼었다는 강은 얼음은 안 보이고 석탄을 실어나르는 차량 때문에 까만 바위 지대처럼 보입니다.

앞에서 대형 화물트럭이 다가오자 우리 차량이 비켜섰는데 바닥에서 삐걱하고 소리가 납니다. 그제야 얼어붙은 강 위에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강 위쪽으로 올라가자 하얗게 언 강바닥이 이어집니다. 얼어붙은 강 위를 차로 달리는 기분,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강바람 때문에 너무 추워 차 밖으로 나갈 생각도 없이 달렸습니다.

멀리 모래 구릉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곳이 바로 소리 나는 사막향사막이랍니다. 여기도 겨울철이어서인지 사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차에서 내려보니 높은 모래 구릉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 있을 뿐이고 그 아래에는 작은 판잣집 하나가 있습니다. 여름철 관광객들이 이 나무 계단을 이용해 모래 구릉을 오르는데 그 때 작은 판잣집에서 요금을 내야 한답니다.

나는 서둘러 모래 구릉을 헉헉거리며 올랐습니다. 그런데 뒤에 있는 내몽고 친구가 소리를 지릅니다. 그는 손짓하며 모랫바닥에 귀를 대보라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모래에 귀를 대봤습니다. 아래 바닥에서 손바닥을 하고 치자, 마치 바람결에 흘러오는 듯 손바닥 소리가 들립니다. ~’하고 소리 지르자 산울림 같은 메아리로 울려옵니다. 참 신비롭습니다.

모래 구릉을 오르다가 힘들어 잠깐 멈춰 서자 스르르 내려갑니다. 모래가 마치 밀가루처럼 미세해서 장갑에 묻은 모래는 흙먼지 같습니다. 가파른 구릉을 네발로 기면서 오르다 보니 손이 꽁꽁 얼어붙을 듯합니다. 겨울철 모래 속은 무척 차갑습니다.

한참을 힘들게 올라서니 드넓은 모래벌판입니다. 크고 작은 모래 구릉이 마치 물결처럼 펼쳐져 멀리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향사막은 다른 사막보다 규모는 크지 않답니다. 그러나 곳곳에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어 색다른 사막이랍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모래언덕이 있어 올라가 보려 했으나 내몽고 친구가 저기까지 다녀오려면 모래길 이어서 온종일 걸린다며 말립니다. 보기에는 금방 갈 것 같은데, 사막과 초원은 보이는 거리와 실제 걷는 거리가 상당히 다릅니다.

겨울 사막을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일행의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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