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무대서 우리는 어떻게 공연하는가”
“일상이라는 무대서 우리는 어떻게 공연하는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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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자아 연출의 사회학

문득 내 자신이 어떤 사람들과 있거나 어떤 상황에서 다른 말투와 태도 심지어 쓰는 단어가 다르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생각을 한 이후 나는 이것을 콘셉트라고 명명했다. 그러니까 사람은 상황마다 그 상황에 걸맞은 콘셉트를 갖추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대화할 때, 친구들을 만났을 때, 직장에서 동료들과 업무를 처리할 때나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등 상황마다 단어 선택이나 말투, 태도가 미묘하게 다르거나 가끔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어빙 고프만의 자아연출의 사회학에서는 위에서 얘기한 콘셉트공연에 비유해 우리가 살아가면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설명한다. 어빙 고프만은 이 책에서 공연에서 사용하는 용어 배역, 연기, 앞무대, 무대장치 등을 통해 개인이 일상에서 표현하고 행동하는 방식, 자신에 대해 남들이 받게 될 인상을 유도하고 통제하는 방식, 남들 앞에서 행하거나 행하지 않은 일들을 분석했다.

공연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이상화된 인상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개인이 남들 앞에서 자신을 연출하는 공연은, 사실상 그의 행동 전체에 비해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가치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입증하려는 경향이 있다.” (p.52~53)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업무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또는 협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직 이 업무에 대해서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업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남에게 주고 싶었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나의 모습 또는 이미지를 상대방 역시 내가 의도한 대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라고 원하는 대답이나 반응이 나오기만을 지켜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상위 계층에 대한 이상화와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려는 하위 계층의 열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예로 든 사례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낮은 카스트들이 상위의 카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관습을 택해 생활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게 되면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겸손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로 자신을 낮추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겸손한 사람임을 상대방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공연은 늘 개인의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하기 위해 협조하는 개인들의 집합을 이라고 명명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회사에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이는 팀에서 공연을 행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뛰어나게 소화해 줄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나 그 팀이 외부인을 많이 상대하는 서비스업의 경우 이러한 공연의 측면이 더 잘 드러난다.

서비스업의 경우 고객 응대에 실패했을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팀에 상당한 불이익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을 잘 응대하기 위해 팀원들을 대상으로 고객 응대 요령에 대해 교육하거나 관리자는 고객 응대 공연을 훌륭하게 해낸 팀원에게는 포상을 주기도 한다. 단순히 팀 차원에서 공연은 회사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는 부부 동반 모임과 누군가를 소개받는 자리에서처럼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늘 공연을 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으며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관계를 맺는다.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표현해야 할 부분과 표현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존재하듯이 공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기룡 동녘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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