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말고 "대로행" 이다
무단횡단 말고 "대로행" 이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7.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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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랐던 ‘무단횡단’이란 제목의 얘기 하나.
만나기로 한 여자 친구는 길 건너 편에 서 있었다. 남자는 길에 차량도 없고 해서 횡단보도도 아닌 차도를 뛰어 건넜다. 이른 바 무단횡단을 한 것이다.
그러자 여자 친구가 남자에게 하는 말이 “차도를 마구 건너 다니는 네가 무슨 나쁜 일인들 못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남자 친구는 다시는 무단횡단을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여자 친구 선크림을 사기 위해 길 건너편 가게를 가야 하게 됐는데, 횡단보도가 없었다. 길에는 지나가는 차량도 없었지만 과거 여자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건너지 않고 횡단보도를 찾아 한참을 헤매었다. 그러자 여자 친구가 화를 냈다. “차도 안 다니는 길을 건너지 못 하는 사람이 장차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무단횡단하다 차에 치여 숨지는 사람이 정말 많다.
올 상반기(1~6월), 제주에서 길을 걷다가 차에 치여 19명이 사망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39명)의 48.7%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82명 중 37명(45.1%)이 길을 걷다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사망사고 원인 중 ‘무단횡단(73.6%)’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길을 걷다가 사망한 사람은 65세 이상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데 사실 자세히 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군자는 대로행”이라는데, 무단횡단이 많은 것은 우리 사회가 원칙보다 편법의 사회임을 말하는 걸까.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이 말은 군자는 큰 길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비록 지름길로 다니는 것이 빠르고 이익이 될지라도 정정당당하게 바른 길로 가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이 말의 원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굳이 찾아보면 이 구절과 가장 유사한 내용이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에 나온다.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이라는 지역의 행정 책임자로 발령받았다.
공자는 자유에게 훌륭한 인재를 얻었냐고 질문했고, 자유는 자신이 만난 최고의 인재를 이렇게 말한다.
“그는 지름길로 가지 않는 사람이다”(行不由徑, 행불유경).
비록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더라도 원칙을 무시하고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구절 ‘행불유경(길을 갈(行) 때 지름길(徑)로 가지 않는 것)’이 ‘군자대로행’과 가장 근접해 보인다.

▲지름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편법보다는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지름길이 훨씬 빠르고 이익인 것 같지만 큰 길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다. 맹자(孟子)는 이 길을 인간이 가야 할 가장 편안한 길, 안로(安路)라고 한다. 그것이 의(義)로운 길이고 인간이 걸어가야 할 마땅한 길(當行之路)이라는 것이다.
원칙을 벗어나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하지 못 한다는 말도 ‘논어’에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 원칙을 어기고 빨리빨리(速) 문제를 해결하려고(欲) 하면 목표에 도달(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름길은 당장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그 끝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비록 정도(正道)와 대로(大路)로 가는 것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에게 좋은 결과가 있다. 덕(德)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말이 있다. 지름길 좋아하다간 군자소로황천행(君子小路荒天行)이 되기 쉽다. 군자는 “대로행”이다.
절대 무단횡단이랑 말고.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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