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쓰레기, 오·폐수에 양돈 악취까지…
넘쳐나는 쓰레기, 오·폐수에 양돈 악취까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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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 학과 교수 및 논설위원

넘쳐나는 생활쓰레기와 오·폐수로 제주의 청정 이미지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산간 일대에 역한 양돈분뇨 냄새가 확산되면서 제주의 녹색환경이 대기, 육상, 해양에 걸쳐 입체적으로 그 푸르름을 잃어 가는 느낌이다.
밭농사가 생활의 기반이던 시절, 제주에서 양돈분뇨는 농토를 비옥하게 바꿔주는 아주 값진 자원이었다. 예전 ‘돗통시’는 돼지를 기르는 양돈장과 화장실이었고, 밭농사를 짓기 위해서 거름을 생산하는 삶의 공간이었다. 깨진 항아리에 모아둔 냄새나는 오줌은 텃밭 채소에 뿌려져 요소비료를 대신했고, ‘돗통시’에 깔아 놓은 보리 짚과 돼지분뇨는 발효와 부숙을 거쳐 최상의 유기질 비료로 탈바꿈했다.
분뇨는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 인산, 칼륨을 고루 포함한 최상의 천연비료였고, 가장 자연 친화적인 밭농사 자원이었다. 이처럼 생물체 부산물이 토양과 수중 자연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다시 자연의 일부로 새롭게 되살아나는 것이 정상적인 자연 순환이다. 이처럼 건강한 생태계에서 쓰레기, 오·폐수, 양돈 악취는 모두 중요한 자원이고 자연의 일부였다.
그러나 ‘하버’라는 과학자가 ‘질소고정’ 방법을 개발해 값싼 질소비료를 다량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퇴비는 냄새나는 천덕꾸러기 폐기물로 변했다.
하지만 비료는 일시적으로 식물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할 뿐 비옥한 토양을 만들지 못 한다. 분뇨 퇴비는 지속적으로 토양에 잔존해 미생물 작용으로 산성화를 방지하고 화학 비료나 농약으로 오염된 토양을 개량해 주지만, 비료는 지속적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유지해주는 천연자원 기능을 대신할 수 없다.
최근 양돈분뇨가 악취 원인물질로 지정돼 악취관리지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문제로 양돈 농가와 제주도가 법정 소송까지 벌였고, 항소심에서 제주도가 승소하면서 56개 농가가 양돈분뇨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달에는 양돈장 44곳이 새롭게 악취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양돈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총 22종의 주요 악취물질을 선정해 성분별로 배출허용기준 농도를 정하고 있다. 22종 악취물질은 대부분 분뇨와 사료 부패에 의해 발생되며 성분별로 발생 원인이 다르다. 악취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려면 이러한 지정 악취물질을 모두 측정하는 분석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 인력과 기술, 고가 장비, 그리고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환경부에서는 이를 간소화한 방법으로 공기희석관능법인 복합악취법으로 기준을 정해 악취를 관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방법은 6인 이상의 숙련된 인원이 비닐봉지에 채취한 악취 냄새를 맡도록 하고 이를 깨끗한 공기와 혼합했을 때 냄새가 없어지는 비율을 측정해 농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측정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해 개인차가 크고 주변 환경 등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 양돈농가에서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요인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불신에서 기인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는 5개년 계획으로 악취 저감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방형 돈사를 무창형 돈사로 바꾸고, 사육두수도 제한하는 총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분뇨발생량과 공공처리시설, 공동자원화시설, 재활용 업체 등의 가축분뇨 처리시설 용량을 고려해 사육두수를 제한하는 총량제 실시로 악취발생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또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악취저감 관리방안을 제시해 농가의 자구노력도 유도할 계획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도정의 노력이 하늘에 닿아 지성감천으로 예전 청정 대기를 회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악취 민원으로 인한 양돈농가와 주민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지역주민이 함께 상생하는 화해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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