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의 역할, 그리고 프레임
조연의 역할, 그리고 프레임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07.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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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뼈대’라는 뜻의 프레임(Frame)은 영화나 텔레비전, 사진의 순간을 담아낼 때 바깥부분을 감싸는 틀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고된 하루의 무거운 몸을 뉘어줄 침대 매트리스를 잘 고정시켜주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미국 사회학자이자 미디어학자인 토드 기틀린(Todd Gitlin)이 프레임에 대해 “현실에 대한 인식, 해석, 제시, 선택, 강조, 배제와 관련된 지속적인 패턴”이라고 정의한 뒤 이 말은 ‘어떤 앵글로, 어떤 틀로 대상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통용된다.

역사적인 남북미 세 정상이 분단과 대결, 21세기 마지막 냉전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30일 만났다. 세계의 이목이 단 한곳에 모였다. 그리고 스스로 ‘조연’임을 자처하며 북미 두 정상을 주연으로 부각시켜낸 문재인 대통령을 주목했다.

그리고 오후 7시께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갈 즈음 하나둘 나오는 정치권의 논평. “60년 넘게 한반도를 지배해온 냉전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평화를 향한 이정표” “북미정상회담 8~9월 개최” 등의 긍정적 평가가 나온 반면 보수야당은 “셀프패싱” “객으로 전락” “역할도 존재도 없었다” 등등 싸늘했다.

문재인정부를 ‘좌파독재’로 규정하고 ‘DMZ 전화통화’를 예언했다가 제대로 망신당한 자유한국당은 차치하고서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지나친 평가가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야당임을 자처하는 그들의 인식프레임에 국민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한반도평화체제 완성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이날 판문점이 대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기틀린은 “한 번 자리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는 내쫒기 힘들다”고 했다. 보수야당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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