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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부모를 만나지 못하는 불행한 사고를 막으려면
아이가 부모를 만나지 못하는 불행한 사고를 막으려면
  • 제주일보
  • 승인 2019.07.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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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백록통합상담센터 공동소장

최근 제주에서 면접교섭과 관련한 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이번 사건은 2017년 이혼할 당시에는 양육과 면접교섭 문제에 대해서는 조정으로 이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이후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서 또다시 법정 싸움이 시작됐고 불행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837조의 2(면접교섭) 1항에서는 ()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돼 있다. 면접교섭을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인 부양육자와 자녀의 권리로 규정한 것이다. 즉 자녀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왜 민법에서 면접교섭을 자녀와 부양육자의 권리로 규정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녀에게 해로운 것을 법으로 규정할 리 없다. 아동심리 전문가로 오랜 기간 상담해 온 필자는 부양육자와의 정기적인 만남이 자녀의 연령별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어린 아이를 두고 이혼한 경우 자녀가 어린데 면접교섭을 하면 혼란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리고 면접교섭 없이 얼마든지 혼자서도 자녀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아이의 마음을 간과했을 수 있다.

주양육자에게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남겨져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그대로 투영한 경우가 많다. 부모 모두 면접교섭을 통해 아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때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부모가 서로 건강한 의사소통을 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부모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이 높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심리적인 안정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함께 살 때도 아이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이혼 후 양육비도 주지 않는다며 따로 사는 부모에게 벌을 주려는 마음으로 아이를 만날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자녀 입장에서 양육비는 경제적 지원이고 면접교섭은 정서적 지원으로 살아가는데 둘 다 필수요소다. 자녀가 낯가림이 심하다고, 날씨가 덥다고(춥다고), 컨디션이 안 좋다고 면접교섭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영영 이별이 될 수 있다. 영문도 모른 채 한 쪽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성장하게 되면 자녀가 받을 정서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면접교섭을 처음 할 때는 1시간 정도부터 시작해 차츰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조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조부모의 동반이 자녀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동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부모이면서 부부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헤어지기 위해 이혼을 선택했는데 위와 같은 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이런 일을 돕고 안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제주지방법원에서 상담하다 보니 가족 문제를 다룰 전문 법원과 심리 전문가가 몹시 부족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한 예산도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가정보호, 가사재판, 소년재판 등 가정의 문제가 법적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은 전문 법원인 가정법원에서 다루면 훨씬 더 가족들의 복리, 자녀들의 성장에 기여하게 되는데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법원도 가정법원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지만 이 부분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협력이 없이는 부족하다고 한다. 필자가 상담위원으로 근무해 본 인천, 수원, 울산 가정법원은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 설립을 추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주에 가정법원이 생기고 면접교섭센터와 면접교섭 보조인 제도 등 이혼 후 면접교섭을 도와줄 기관과 제도가 생긴다면 부모 이혼 후 한 쪽 부모를 보지 못한 울분이 가슴에 남아 사회를 향한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소년 비행도 현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개정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의 2(면접교섭 지원)에 의하면 이행관리원의 장은 비양육 부모의 신청이 있으면 비양육 부모와 미성년 자녀의 면접교섭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양육비 지급 전문 기관인 양육비 이행관리원에서도 면접교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도처에서 자녀 입장에서의 면접교섭에 대한 중요성을 되새기며 자녀와 부모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한 도움과 안내가 확산되길 기원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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