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비가 다 있다 보니
별의별 비가 다 있다 보니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6.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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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주 주필/부사장

우리나라는 ()의 나라. 세상에 우리처럼 별의별 비가 다 있는 나라는 없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렇다. 줄잡아 60가지가 넘을 것 같다.

우선 귀에 익은 구슬비, 이슬비 외에도 밤비가 있고 안개비, 여우비가 있다.

가랑비, 가루비, 날비, 싸락비, 안개비는 잔비에 속하고 개부심, 달구비, 발비, 억수 등은 큰비로 분류된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비의 이름이 다르다. 농사일이 시작되는 봄철 할 일 많다고 일비, 농사일 뒤끝에 내리는 여름비는 잠이나 자라고 내리는 잠비다. 추수철에 내리는 가을비는 떡이라도 해 먹으라고 내리는 떡비요, 애주가들이 지어낸 술비는 겨울 농한기에 내리는 비다. 모종 철이나 모내기 철에 내리는 비라면 그건 분명 단비로 꿀비이자 약비이다. 이런 복비만 있으면 오죽 좋을까만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내리는 오란비(장맛비)도 있다.

 

장맛비는 환영받지 못 하는 비다. 워낙 질기게 내리는 탓에 몸은 처지고 기분은 개운치 않다. 인명과 재산 피해까지 낸다.

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불이 나면 타다 남은 것이라도 있지만 수재를 당해 한 번 물에 씻겨 내려가 버리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말도 장맛비를 무서워 했던 데서 나온 얘기다. 우리의 의식 속에 장마는 이처럼 좋지 않은 것으로만 자리잡혀 있다.

왜 장마라 했을까. 장마를 한자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장마는 우리말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을 임우(霖雨)’라고 썼다. 또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림()을 찾아보면 댱맣 림()’이란 주석을 찾을 수 있다. ‘은 길다는 뜻이고 는 물의 옛말로 비를 뜻한다. 댱맣가 세월이 흐르면서 장마로 변했다.

 

지난 주말은 장맛비에 아예 새도 날지 않았다. 사람도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생체 리듬에 변화가 생긴다. 장마철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인체가 기압과 습도 및 일조량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뇌의 솔방울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멜라토닌때문이라고 한다. 인체의 바이오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은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달라지는데 주위가 밝으면 적게 분비되고 어두우면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일조 시간이 짧거나 흐린 날이 길어지면 체내에 멜라토닌 양이 늘어나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주말에 우울증을 앓던 배우의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깝다. 지루한 장마철이다. 주위를 밝게 바꿔 기분 전환을 하는 게 좋겠다.

 

또 장맛비도 잘 대비해야 하겠다. ‘미우주무(未雨綢繆: 비 오기 전에 창문을 고친다)’라고 하지 않은가.

그러나 비가 오지 않으면 빗물이 새는지 알기 어렵고 설사 샌들 큰일이야 날까 여겨서일까. 정작 미우주무를 실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별의별 비가 다 있다 보니 장마철엔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장마로 인한 수해 사고가 났다 하면 거의 어김없이 피할 수 있던 인재(人災)라고 야단치는 일이 올해도 되풀이될까.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일에 대비해야 하는 건 군()도 마찬가지다.

요즘 별의별 해괴한 사건들이 다 들춰지는 대한민국 국방부는 정말이지 딱하고 안타깝다.

세상사는 알 길 없고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은 수두룩하다. 장마철엔 더욱 그렇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자신이 초래한 재앙은 피할 수 없다’(書經 太甲篇)고 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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