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시, 헌책으로 즐기는 '조천읍 동네책방'
그림책과 시, 헌책으로 즐기는 '조천읍 동네책방'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06.2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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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네책방 탐방(9)-동쪽마을 조천읍

알록달록 그림책 '제주사슴책방'
조용한 바닷가 마을 '시와 그림책'
빈티지한 구들방에서 '구들책방'

해안과 중산간 마을의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는 제주의 동쪽마을 제주시 조천읍에도 동네책방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피어나고 있다.

제주인들이 흰 종이를 달고 소원을 비는 커다란 나무들이 있는 중산간 마을 부근에 자리 잡은 대흘리 동네책방과 올레길 18, 19코스 일대를 따라 생겨난 조천리와 함덕리 동네책방은 그림과 시, 헌책 등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맞게 서가를 이뤄 마을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현대인들이 각박한 삶을 잠시 떠나 한적한 공간에서 때로는 유럽풍의 그림책으로, 때론 시집과 헌책 등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하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꾀하고 있다.
 
#제주사슴책방 

사슴책방 전경

“아이들의 그림책을 고르러 왔지만 나중엔 어른들이 더욱 공간을 좋아하게 됩니다.”

유럽과 일본 등을 직접 찾아가 주목할 만한 세계 그림책 작가의 작품을 선별, 팝업 북과 드로잉 북, 페이퍼 커팅 북 등 이색적인 그림책들을 들여와 아름답게 선보이는 책방이 있다.

제주사슴책방(대표 이보경)은 지난해 12월 제주시 조천읍의 중산간마을 대흘리에 자리 잡고 전 세계 그림책 판매와 미술 클래스 등을 열고 있다.

현재 서가는 일반 그림책과 드로잉북, 팝업북, 페이퍼 커팅 북, 그래픽 노블, 디자인 북 등 다양한 시각 예술 책들로 이뤄져 있다. 책방 내에는 음악과 향기가 흐른다.

서가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해외서적 중엔 이 대표가 직접 해외를 찾아가 작가 사인을 받아온 책과 작가가 제작 전반에 참여한 수제 책, 한정판 및 희귀본 등도 소개되고 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최근 ‘제주에는 소원나무가 있습니다’라는 그림책을 발표한 바 있는 이 대표는 그의 작품과 더불어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책도 소개하고 있다.

또 현재 ‘페이퍼 커팅 북’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책을 집중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책 종이를 칼로 오려내 표현한 것으로, 책장을 넘기면 그 구멍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비춰져 인물과 배경이 드러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책방은 다음 달부터 ‘제주사슴책방’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주문할 수 있게 한다. 미술 클래스 개설시 책방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한다.
주소=제주시 조천읍 중산간동로 698-71.

사슴책방 팝업북
사슴책방 팝업북

 
#시와 그림책

시와 그림책 전경

“시를 읽으러 왔다가 그림책을 보고, 그림책을 보러 왔다가 시를 읽는 등 두 장르 중 평소 접하지 않았던 장르를 접하고 이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는 공간을 이루고 싶습니다.”

시와 그림책(대표 권은제)은 재작년 7월 제주시 조천읍의 해안마을인 조천리 일대에 오픈해 국내․외 시와 그림책을 판매해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그림책을 집중적으로 소개코자 책방을 연 권 대표는 장소가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조천리를 선택, 옛 가정집을 개조해 지금의 깔끔하고 정적이며, 차분한 책방 분위기를 이뤘다.

조천리의 일반 주택가에 들어선 공간엔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오며 서가도 책방 분위기에 맞게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서가를 보면 국‧내외 현대적인 그림책 약 900권과 윤동주와 백석 시인 등 일제강점기 시인부터 시작해 현대 주목할 젊은 신진 작가까지 다룬 시집 800여 권이 준비돼 있다.

영문학에 관심이 많기도 한 작가는 해외 서적 중 영미권 그림책과 원서 시집도 일부 마련했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은 혼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대부분으로, 책방지기에 따르면 이들은 한적한 공간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길 원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 책방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권 책방지기는 현재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시를 읽는 밤’이라는 시 낭송 모임을 진행해 공간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어느덧 고정적인 참여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청은 책방 인스타그램 메신저를 통하면 된다.

주소=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천3길 3-9.

시와 그림책 서가

#구들책방

구들책방 전경

“책장에서 잠자는 책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교환하세요.”

아늑한 ‘할머니의 방’이 생각나면서도 자유롭고 개성 강한 헌책방이 있다.

구들책방은 재작년 9월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부근에 자리 잡고 헌책과 중고서적을 판매해오고 있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이 건물의 외관은 진한 노란 배경색과 책방지기 부부가 직접 제작한 목각 안내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빈티지한 감성을 지닌 두 대표가 건너편 잡화점 ‘싯디’와 더불어 운영하는 이 책방의 이름은 제주서 흔히 일컫는 ‘방’이자 ‘생활공간’을 뜻하는 구들이 있는 책방이라는 뜻에서 지어졌다.

오래된 책들이 품은 신비한 분위기를 남긴 서가엔 여러 사람을 거쳐 간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꽂혀 있다.

책방지기는 손님들이 자신이 읽지 않는 헌책을 가져오면 커피 한 잔과 교환해줘 이들이 함께 서가를 채워가는 재미를 제공한다.

책을 고르는 공간에는 계단 모양 의자가 비치돼 잠시 앉아 책을 읽거나 키가 닿지 않을 때 위로 올라가 책을 꺼낼 수 있도록 돼 있다.

건물 안쪽 방으로 들어가면 이불을 덮고 누워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구들방이 마련돼 마을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소=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02.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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