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이해하기
자해 이해하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6.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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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애월고등학교 교사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어요.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거나 엄마하고 다투고 나면 순식간에 기분이 확 나빠져요. 그러면 제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려요.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복잡하고 짜증과 화가 가슴에 차올라 오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져요. 자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자해를 하고 나면 답답하고 꽉 찬 것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얼마 지나 제정신이 돌아오면 이러고 있는 저 자신이 한심하고 끔찍해요. 또 이랬구나 싶으면 자책도 하고 죄책감도 들고요. 저도 자해를 그만두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지만 부끄럽고 창피하고 모두 다 저를 나쁘게만 볼 거 같아요. 자신감도 용기도 없어요. 말을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요.”

최근 SNS로 자해 사진을 인증하는 것이 유행하고 실제로 일부 학생이 이를 모방하면서 자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들은 부모·형제보다 또래 관계가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또래 친구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다. 그런데 친구 관계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익명의 누군가에게서 지지를 받고 싶어 한다.

자해 사진 인증이 일부 소영웅 심리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는 심리적 고통이 있었으며 힘든 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우선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는 지나친 감정적 동조로 또래를 모방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자해 인증은 청소년에게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SNS 인증 사진을 올린 사람도 나중에는 익명자의 공격으로 지지보다는 상처를 입은 경우가 많다. SNS를 사용할 때 올바른 인식과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건강한 청소년 문화를 지키고 가꿔 가도록 부모와 교사가 잘 지도할 필요가 있으며 사회적 전체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해하는 사람 대부분 자해를 숨기거나 상처를 변명하기 때문에 자해 증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해는 자살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살 시도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우울증이 동반된 자해, 빈번한 자해, 오랫동안 지속하는 자해의 경우 자살 시도로 연결된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해하는 청소년들이 혼자 있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우울하게 될 때 자신의 감정을 체크해 보고 자기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호흡 조절, 근육 이완 운동을 하면 조금은 편안해진다. 아이들이 상처에 몰입하게 하지 않도록 하고 자신의 몸에 상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백지에 빨간 펜으로 낙서를 해보면 자신이 힘든 내면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자해하는 학생 대부분 불면증에 시달리고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정확하게 선 긋기를 어려워한다. 충분한 수면은 아이들의 정서를 도울 수 있다. 실제로 자해 충동을 느끼던 학생이 낙서하면서 자신이 계속 연상했던 단어들이 일어나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경험을 해 본 사례도 있다. 자녀가 자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황스럽고 혼란하다. 부모는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자해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 자녀의 행동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느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도록 격려해주고, 부모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하게 되더라도 독촉하지 말고 너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혹시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하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나타나므로 무작정괜찮아! ”라고 안심시키는 것보다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소중한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자해하는 학생들은 부모와 교사의 관심이 누구보다 우선 시 돼야 할 대상임을 기억하고 적극적인 개입과 충분한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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