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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물들다, 매니큐어효과
봉숭아 물들다, 매니큐어효과
  • 제주일보
  • 승인 2019.06.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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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KBII 한국뷰티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

어릴 적 손톱 위에 봉숭아꽃잎을 하얀 백반과 함께 잘고 곱게 빻아 실로 칭칭 감고 봉지 안에서 밤새 물들여지기를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그 해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고 믿었던 소박한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여성들이 가벼운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주로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네일아트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움, 매니큐어의 어원은을 의미하는 단어마누스돌보다를 뜻하는큐어가 합쳐진 말로 매니큐어는 사실 손톱에 칠하는 염료가 아니라 손톱의 모양 정리, 큐티클 정리, 손 마사지, 컬러링 등의 손 전체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한 손톱은 선홍색을 띠며 매달 2.5mm 정도 자란다. 하루에 약 0.1mm씩 성장하며 대략 6개월마다 교체된다. 7~10%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손톱은 표피에서 유래돼 모발과 유사한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뤄져 있으며 손가락 및 발가락 말단부위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하지 않은 손톱은 원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손톱색깔이 지나치게 하얗다면 빈혈을, 붉은색이면 혈관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며 손톱이 너무 얇거나 자주 갈라지면 단백질이나 철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따라서 시시때때로 손톱을 관찰해 내 몸의 건강신호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조갑박리증은 손발톱이 피부로부터 분리되는 질환으로 이는 주로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손톱이나 발톱의 끝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진행된다. 이는 매니큐어를 지우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아세톤 성분이 손톱을 극도로 건조하게 해 발생할 수 있는데 매니큐어는 바르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발랐다면 지울 때 자극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조갑박리증에 걸리면 되도록 손발톱 끝에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한다. 손발톱을 1mm정도만 남기고 가능한 짧게 깎고 특히 손톱은 손을 씻은 후에 잘 말린 뒤 손톱과 손톱주변 각질까지 꼼꼼하게 보습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매니큐어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중국에 이미 등장했다. 하지만 누구나 손톱에 색을 입힐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고무와 계란 흰자, 밀랍 등을 이용해 손톱을 염색했는데 주로 왕족들이 손톱을 붉게 또는 검게 칠하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또한 당시 손톱의 길이 역시 높은 신분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긴 손톱을 강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금속을 덧씌우기도 했다. 손과 발의 관리를 중시했던 고대 이집트에서도 매니큐어는 역시 계급을 구별하는 수단이었으며 염료가 고가였기 때문에 밝고 진한 색상을 칠한 사람들은 높은 신분으로 여겨졌고 옅은 색상은 비교적 낮은 신분을 나타냈다.

당시 매니큐어가 남성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들에게 손톱이 주로 미를 뽐내는 방편이었다면 남성의 손톱은 힘과 용맹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로마에서는 전투를 앞둔 군 사령관들이 양의 피와 기름을 섞어 만든 염료로 손톱과 입술을 동일하게 칠함으로써 승리를 기원했다.

우리나라도 고려시대 부녀자와 처녀들 사이에서연지갑화또는지갑화라고 하여 봉선화로 손톱에 물을 들이는 풍습이 있다. 이 풍습은 송나라 때 고려로 건너왔던 원나라 공주가 시집오면서 전해진 것으로 서양과는 조금 다른 목적으로 미적인 효과보다는 붉은 색을 두려워하는 귀신을 물리침으로써 병마를 막기 위함이었다.

조선시대의동국세시기에는 젊은 각시와 어린이들이 봉선화를 따서 백반을 넣고 찧어 손톱에 물을 들인다고 쓰여 있다. 미인의 조건으로 손은 섬섬옥수라고 하여 다산, 다남의 조건으로 손은 마치 봄에 솟아난 죽순 같으며, 손바닥은 혈색이 붉어야 한다고 하여 손이 붉지 않은 처녀들은 봉선화의 꽃과 잎사귀를 잘 간직했다가 일년 내내 물들이기를 했다고 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여성의 욕망은 손톱을 화려하게 치장하려는 시도 역시 다양화시켰다. 단순한 인조손톱활용을 넘어 뚜껑을 열기만 해도 코를 찌르는 매니큐어와 UV램프를 오가며 딱딱하게 굳히는 젤 네일도 있다. 젤네일은 얼핏 블링블링, 화려해 보일 수는 있지만 또렷하고 화려한 컬러에 가려져 자칫 몸이 보내는 건강신호를 놓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각종 매스컴의 소개와 연예인들의 네일아트에 대한 관심이 비춰지면서 네일 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또한 네일샵, 제품회사, 아카데미 등 네일에 관련된 업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2050세대들의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네일 재료와 기능성 신제품들이 개발되고, 독특한 네일 디자인 기법들 또한 연구되고 있기 때문에 네일 산업은 매력적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매니큐어는 표현할 수 있는 색상만 700여 가지가 넘는데다 손톱에 다양한 무늬와 그림을 그리는 기술도 발전하면서 하나의 예술 분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불경기일수록 저렴한 립스틱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을립스틱 효과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매니큐어를 바르면서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심리적 만족을 느끼려고 하는매니큐어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네일아트의 이면에는 손톱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시라.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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