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언제쯤 우리를 즐겁게 할까?
정치는 언제쯤 우리를 즐겁게 할까?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6.13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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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박근혜 탄핵이 결정될 때 다음 대통령 선거 결과는 ‘보나 마나’였다. 당시 분위기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문재인 정부. 넥타이를 풀고 청와대 뜰에서 참모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아버지를 잃은 딸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면서 성큼 다가가 안아주고….

보여주기식 아닌 진정성이 엿보였다.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던 국민들은 “이제야 나라다운 나라가 오는가 보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큰 기대를 걸면서 말이다.

그리고 집권 3년 차, 국민들의 체감하는 온도가 싸늘하다.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들린다. 인사(人事)는 ‘혁명세력’의 몫이다. 내 편은 감싸고 네 편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야당이, 대다수 국민이 ‘부적격’이라고 해도 임명을 강행했다. 적폐 청산도 네 편을 겨냥한다.

최근에 단행한 인사를 보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신임 청와대 인사수석에 김외숙 법제처장을 발탁했다(청와대 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없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 소속 변호사였다. 문재인 사람인 셈이다.

박지원 의원이 한마디 했다. 박 의원은 범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잘 하는 것은 잘 한다고, 못 하는 것은 못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청와대 인사 발표를 보고 진짜 답답했다. 문 대통령에게 국민과 야당, 언론이 지적하는 것은 인사ㆍ경제ㆍ외교 문제가 가장 크다. 그런데 우리 식구끼리 하겠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박 의원은 김 수석의 자질을 지적한 게 아니고 문 대통령의 편향적인 인사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성급하게(?)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지표 하락으로, 최저임금인상은 자영업자의 한숨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은 대다수 경제학자가 오류로 판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이는 모양세다. 원로와 전문가들의 ‘훈수’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외교는 미국과 일본이 ‘밀월’을 하면서 한국을 링밖으로 내 몬 상황이다. 트럼프와 아베의 ‘한국 패싱(Korea passing)’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는 어떤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뺀 야당들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ㆍ신속처리안건)으로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사과해야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여당은 “정상화가 먼저”라며 자존심 싸움만 벌이고 있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정치, 이런 와중에 튀어나온 일부 국회위원의 막말은 한국의 정치 수준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역설적으로 압권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다. 그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참사와 관련, 지난달 31일 저녁 자신의 SNS에 “안타깝습니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속도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들을 대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변상욱 대기자는 “민경욱 의원의 ‘골든타임은 3분이야’ 소동이 왜 경악스러운가를 말씀드리자면 ‘버릴 건 버려’라는 그 생각이 국격보다는 비용 논리, 강자의 오만과 이기주의가 응축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난한 이들, 저항할 힘도 없는 이들을 대하며 ‘골든타임 아웃이야’ 내뱉을 테니까요. 그런 저급한 사회 인식과 감수성으로 공영방송 앵커, 청와대 대변인을 그에게 맡겨야 했던 우리가 불쌍합니다”라고 일침했다.

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 진출,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9승,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손흥민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맹활약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BTS(방탄소년단)의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 성황 등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팍팍한 세상, 기분 좋은 소식들이 있어 그나마 행복한데 이놈의 정치는 왜 이 모양 이 꼴인가.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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