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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냄새
  • 제주일보
  • 승인 2019.06.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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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냄새를 글로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힘이 든다.

색채와 소리는 다른 것의 이미지를 빌려서 어떻게라도 전달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얀 유리가루가 쏟아지는 것 같은 한 낮의 여름 하늘이라고 한다면 눈이 부셔서 제대로 뜰 수 없음을 느낄 수 있다. 우뢰와 같은 큰 북소리가 들려온다고 하면 읽는 사람에게 그 느낌이 전해 질 것이다.

그러나 샤넬 5은 어떤가. 과연 어떤 표현이 가능한가.

우리가 샤넬 넘버5’를 소개할 때 우아하고 매력적이며 현대적인 시간을 초월하는 향수이다. 고작 그 정도의 표현이다.

게다가 좀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섹시함의 대명사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에게 잘 때는 어떤 옷을 입습니까? 하는 질문에 샤넬 넘버5를 입고 잔다고 대답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냄새에 대한 표현은 없다.

러시아 어느 시골의 아침. 안개가 촉촉이 깔려있는 호수를 거닐 때의 인상을 조향사 어네스트 보가 향기로 재현한 것이 샤넬 넘버5’. 남프랑스의 도시, 그라스의 장미, 자스민, 시벳을 주원료로 한 향기다.

코코샤넬이 “5번이 좋군요. 그 건 내가 기다리던 향기에요, 그 향기는 무엇과도 닮지 않았어요라고 회상한들 그 냄새는 표현되어진 게 아니다.

또 있다. 향수 로리에는 어떤가. 260여 년의 전통을 지닌 프랑스 소지오의 원액을 블랜딩한 최고의 향수. 그 정도일 뿐이다.

어째서 냄새에 대해서는 이렇게 언어로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것일까.

냄새는 모양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저 후각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머리로 받아 들이는 게 아니라서 두뇌를 구사하는 문장표현은 쫓아 갈 수 없다는 얘기다.

냄새는 두뇌에 의한 판단의 전부를 초월한 곳에 존재한다. 기준이 되는 건 인간의 생리의 근원인 쾌인가 불쾌인가 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로서는 냄새를 표현 할 때 그 냄새를 느끼고 있는 인간의 쾌인가 불쾌인가를 쓸 수밖에 없다.

인간의 감성은 제각기 다르고 그 때 그 순간의 기분에 의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바닷가는 많은 냄새를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해초와 콘크리트 벽에 버려져 썩은 생선 냄새. 쓰레기 냄새.

청정한 풍경 속에도 썩은 냄새는 있듯이 더러운 항구에도 청결한 해풍은 분다.

기억 속에 있는 냄새와 씨름하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작업이다.

어렸을 적 맡았던 표현 할 수 없는 6월의 제주바다 냄새가 지금 몸부림치게 그립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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