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상조사위, “제주해군기지 인권침해, 절차적 문제”
경찰 진상조사위, “제주해군기지 인권침해, 절차적 문제”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05.29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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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조사결과 발표…정부‧해군‧제주도정 공식사과, 갈등해결 노력 촉구
비민주적 후보지 선정, 국정원 등 국가조직 조직적 개입 확인
해군이 투표함 탈취 모의, 군은 인터넷으로 여론몰이
국정원, 제주경찰에 압력행사해 시위대 신상털이식 첩보 강요
경찰이 폭행, 상해, 욕설 등 버젓이…마늘밭 훼손 항의한 주민도 폭행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 등 갈등조정 필요
“2018 국제관함식 찬반갈등 감정 골 더 깊어져”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제주해군기지 결정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고 제주도는 해군기지 후보지 선정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당 지역의 의사가 철저히 배제된 비민주적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반대활동을 벌인 지역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폭행과 상해, 욕설 등 불법이 자행, 인권침해가 벌어졌으며 해군과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국군사이버사령부와 청와대가 반대활동을 벌이는 이들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여론몰이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는 29일 경찰청에서 ‘제주강정해군기지 건설 사건 심사결과’를 이같이 밝히고 정부와 제주도에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해군기지를 강행한 점 등에 대한 사과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 등 갈등조정과 중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진상조사위는 먼저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의 임시총회 개최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마을총회 소집공고부터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마을주민 1900여명중 찬성측 87명만 참석해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

제주도는 같은해 4월30일 주민들의 의견수렴없이 여론조사를 강행, 보름만에 후보지를 결정했고 국방부 역시 6월8일 제주도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임시총회를 열어 주민투표로 찬반을 정하기로 했으나 해군은 주민투료를 무산시키기 위해 사전모의하고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사무국장의 지시로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같은 일을 인지하면서도 제지하거나 경고조차 하지 않았으며 서귀포시청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성공했다’고 발언, 불법행위를 자행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군은 주민투표불참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고 투표당일 강정마을 노인 100여명을 해군버스를 이용해 도일주 관광을 한 뒤 밤늦게 돌려보내는 등 투표방해 행위도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과 해군, 국정원, 제주도는 2008년 9월17일 제주시 탑동의 한 식당에서 유관기관회의를 갖고 협의하고 해군기지 찬성측에 활동지원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제주도·도의회 역시 해군기지 예정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0년 1월18일 해군기지 기공식 이후 경찰의 강경진압은 더욱 강해졌으며 국정원과 기무사는 경찰에 압력을 행사해 해군기지반대 주민들에 대한 신상털이식 첩보작성을 요구했다.
심지어 국정원은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재향군인회 등이 강정마을 인근에서 집회신고를 하자 갈등을 우려한 경찰이 ‘제주도청 앞에서 의견표명을 하는 중재안’에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해군기지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경찰은 반대측 주민들의 차량을 압수하거나 시위대의 팔이 끼어있는 PVC파이프를 망치·에어톱으로 해제하며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찰이 진입과정에서 강정마을 한 주민의 마늘밭을 훼손, 이에 항의하자 주민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시위대를 채증한 사진을 경찰이 개인 SNS에 게재, 행정대집행과정에서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들이 해머를 이용해 버스유리창을 부수는 등 불법과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도 경찰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해경이 해상시위대 카약을 고의적으로 전복시키고 물에 빠진 시위자를 물속에 집어넣는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2007~2017년 주민과 활동가 등 사법처리는 913명, 기소 송치 881명(구속 24명, 불구속 857명), 불기소 송치 32명에 이른다.

주민들의 건강도 악화돼 외상수 스트레스, 우울증상, 자살경향성, 심리적 압박감 등의 비율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진상조사위는 특히 갈등이 가장 심각했던 “2011~2012년 제주지역 경찰 차원을 넘어 육지경찰(경찰장비 포함)을 대규모로 동원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상당수의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을 체포·연행했다”며 “강정마을은 이후 극심한 찬반양론으로 인해 유구하게 지켜왔던 마을공동체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양분됐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들어서도 2018년 국제관함식 개최로 찬반주민들 사이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고 평가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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