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에 대한 단상
'맑은 날씨'에 대한 단상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05.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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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맑은 날씨보다 촉촉하게 땅을 적시는 비 날씨가 더 반가워.”

이달 초 제주권역에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올 들어 미세먼지 특보는 6차례, 초미세먼지 특보는 3차례 등 9차례나 발령됐다.

미세먼지 특보가 발효되면 도민들 상당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거나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기도 한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은 미세먼지 특보가 발효될 경우 민감군(어린이·노인·폐질환 및 심장질환자)의 실외활동 제한 및 실내생활을 권고하고 있다.

이달 초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기상청은 제주지역이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일상에 지장을 주는 요즘 ‘맑은 날씨’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기상청이 설명하는 맑은 날씨는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구름이 없는 날을 의미한다.

야외 활동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도민들은 “이런 날엔 놀러가야 되는데”라면서도 탁한 대기를 보고 나서는 “마스크는 써야겠다”고 한다.

지난 3월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을 때도 도민들은 “빨리 비가 내려서 미세먼지가 씻겨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맑은 날씨를 고사하고 오히려 비가 내리면 좋겠다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묘책도 없는 실정이다.

이기호 제주대학교 교수는 최근 미세먼지 관련 토론회에서 “제주도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처할 수단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제주시가 최근 미세먼지를 배출하면서 억제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업장을 무더기 적발하는 등 미세먼지 심화를 부추기는 행위는 빈발하고 있다.

치명적인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미세먼지 해결책은 비 날씨가 될 순 없다. 관련 산업, 당국의 노력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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