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오신 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5.0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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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곧 음력 4월 초파일로 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다.

BC 62448(음력) 해 뜰 무렵 북인도 카필라 왕국에서 태어난 부처님 탄신을 기념하는 날이다.

2600년도 더 된 부처님의 탄신기념일에 필자도 덕(?)을 본 적이 있다.

중학생 시절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가 보니 사찰이었고 그 날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사람이 많은데다 화려하고 고운 연등에 넋을 놓고 있는데 친구가 내 손을 끌더니 공양간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정갈한 비빔밥이 내 눈 앞에 놓여졌다.

당시 좀 의아하고 주저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온 사찰이었고 아는 사람이라곤 중학생 친구 하나 달랑 있는데 이 밥을 먹어도 되는 걸까?’라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옆에서 우걱우걱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다시 밥을 타러 줄을 서는 친구를 보며 좀 염치없지만 필자도 수저를 뜰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의 어머니가 그 사찰의 신도였고 부처님 오신 날엔 누구를 가리지 않고 점심공양을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공짜 비빔밥부처님 오신 날은 참 좋은 날이다라는 두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밥의 단 맛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그 후 햇수로 고등학교 3년은 교회에, 군대에서의 3년은 성당을 다녔다. 다 그때마다의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로 진학하며 교양필수로 불교학 개론을 공부하며 처음 불교를 접했다. 뭐랄까,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에 더 가깝고 생활실천적인 면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0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영화 데뷔작으로 고른 게 박상륭 작가의 죽음의 한 연구이다. 여러 종교가 섞여 들어오며 사상과 갈등의 배경을 이루지만 주된 이야기는 혜능 스님의 치열한 구도정신과 깨달음, 해탈에 대한 이야기다.

혜능 대사는 선불교를 중국에 최초로 전한 달마대사의 6대 법손이다. 그 유명한 화두,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생겨난 배경이기도 하고 한국 선불교의 중시조에 대한 이야기이도 하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혜능 스님을 유리로 빗대어 제목을 유리로 달았다. 박신양이라는 배우, 구도승(求道僧), ‘유리가 수행처(修行處), ‘유리에서 본시 자아인, ‘유리를 찾아 죽음을 불사하는 구도를 하고 결국 유리안에서 죽음을 맞아 유리로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불교가 인도에서부터 중국으로 이어져 달마 대사부터 6조 혜능 대사까지 걸었던 중국 내 길이 무려 2400.

특히 혜능 대사의 길이 멀고 험난했는데 이에는 나름 사정이 있다.

부엌데기 출신인 6조 혜능이 수많은 상좌와 수좌들을 물리치고 갑자기 법통을 이어받자 그를 죽이고 법통을 차지하기 위한 수좌승의 긴 추격전이 벌어진다.

역설적이게도 그 긴 추격전 덕분에 불교의 길이 넓어졌고 이 길을 통해 ()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이 무렵 혜능 대사의 선종(禪宗)이 도당(渡唐) 유학승들에 의해 신라와 일본으로 건너 와 조계종을 비롯한 동북아 선불교의 기초로 꽃을 피웠으니 가히 무상(無常)하다 할만하다.

필자가 아는 한, 불교는 사람들을 통치하거나 지배하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

다만 모두가 불성(佛性)이 내재된 중생(衆生)이니 미혹(迷惑)에서 벗어나 성불(成佛)하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필자는 불교의 3법인이라는 무상(無常), (), 무아(無我)에 대한 생각이 많다.

필자 같은 학도(學徒)로서는 알기 어려운 화두이다. 그렇다고 벗어날 수도 없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필자에게도 연()은 계속 꼬리를 물고 돌고 돈다.

비빔밥의 단맛 하나가 데뷔하는 영화로 이어지고 지금 필자는 불교대학인 동국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그런 단맛 하나가 부처님의 가피로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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