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은 고사리 채취 열풍
제주 섬은 고사리 채취 열풍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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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

제주 섬은 지금 한창 고사리 채취로 온 산야가 난리다. 지난 겨울 눈이 적게 내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고사리 채취가 시작됐지만, 그래도 지금이 본격적인 고사리 채취 시기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곳이라 이 계절이면 육지부에서 고사리 원정 채취꾼들이 몰려올 정도로 유명하다. 넓은 목장이나 들판과 오름 자락에는 고사리들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고사리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오지만 열두 형제, 또는 아홉 형제가 있어 꺾어도 꺾어도 계속 올라와 다음날 가보면 또 고사리가 고개를 쑥~ 내밀어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고사리는 생명력이 아주 뛰어나 옛날에는 산불이 났던 곳에 가면 고사리가 튼실한 것들이 많이 난다고 할 정도였다.

고사리는 꺾어도 꺾어도 계속 솟아나 생명력이 강하다 해 자손들도 어떤 어려움에도 가문을 잘 지켜내고, 자손이 많이 번창하라는 상징으로 고사리를 꼭 제사상에 올린다고 한다. 어떤 이는 고사리를 꺾을 때마다 꼬박꼬박 절을 하며 정성을 들여 채취하기 때문에 더욱 제사상에 올린다고도 한다.

또 고사리는 절개, 충의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 은나라가 주나라에 망하자 이 땅에서 나는 곡식을 먹을 수 없다며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먹고 절개를 지켰다고 한다. 또 조선 중기 충신 중 한 명인 정온(鄭溫)도 지리산 고사리로 연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봄철이면 왜 많은 사람이 고사리를 채취하려고 난리일까? 절개와 충의 때문은 아닐 것이고, 고사리가 건강에 좋은 보양 식물도 아닌데, 그렇다고 다른 산나물처럼 맛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왜 고사리를 채취하려고 난리법석인지 모르겠다. 고사리 채취는 보통 힘든게 아니다. 하나를 꺾을 때마다 허리를 굽혀펴기를 수백 번 하기 때문에 고생도 이런 생고생이 없다고 할 정도다.

이런 고사리 채취하는 모습을 본 어느 보험사 간부가 설계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사리 꺾는 자세로 보험모집을 하면 아마도 전국에서 1등 할 것이란 말을 할 만큼 정성을 다해 채취하는 것이 바로 고사리다. 그래서 제주에서 보내는 선물 중 가장 정성이 깃든 선물이 고사리라고 한다.

왜 이렇게 고사리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 하면, 이 계절만 되면 고사리 채취로 이름난 동네 어귀에는 이런 안내판이 붙어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어서다.

고사리는 꺾어가도 쓰레기는 가져오지 마세요.’

고사리를 꺾으러 오면서 집에 있는 쓰레기를 가져와 들판이나 밭에 버리고 가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이런 안내문을 써 붙일까.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별별 쓰레기를 차에다 싣고 와 들판에 버리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자기 집 더러운 줄은 알고, 자연이 더러워지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은 고사리를 꺾을 자격도 없는 사람인 듯싶다. 거기다 최근 들어서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끌고 와 들판 나무에 묶어두고 가는 기막힌 사람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이 밭에 갔다 오는데 강아지 소리가 요란스러워 가보니 나무에 묶어둔 강아지를 발견했는데 버린 지 며칠은 된 듯 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풀어주고 왔다며 고사리를 꺾으려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 곳까지 갈 사람이 없다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이 아니냐. 쓰레기를 버리더니 이제는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까지 끌고 와 버리고 있어 마을마다 유기견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데 이제는 고사리 꺾으러 오는 핑계로 강아지를 버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렇게 버린 유기견이 들판에 가면 심상치 않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절개와 충의와 깊은 관련이 있기에 고생고생하면서 하나하나 꺾어 제사상에 올리는 정성도 중요하듯, 쓰레기를 버리거나 유기견을 끌고 와 버리고 가는 행위만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지역 주민들의 하소연을 깊이 새겼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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