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푼시’
방언 ‘푼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8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공칠.전 제주대 교수

지 푼시도 몰랑’(자기 분수도 모르고)에서처럼 쓰이는 방언 푼시는 한자어(중국어) ‘분수’(分數)에서 왔다.

옛 중국 문헌에서는 분수는 몸에 지닌 하늘의 이치나 수의 구분 등의 뜻을 지녔다. 지금의 일본의 대한자사전이나 일본어대사전에도 비슷하게 풀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자대사전이나 국어사전에는 알기 쉽게 자기 몸이나 처지에 적당한 한도,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 능력이라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각자가 놓여 있는 처지, 형편, 능력의 뜻이다.

분수의 한자음의 변화를 보게 되면 옛적부터 중고시대까지 한국어의 분(정확히는 ’)슈에 가까운 음이었고 송대에서 어두순음(p)이 경순음(f)이 되어서 푼()슈에 가까운 음이 된다.

우리의 중세한자음은 분(훈몽자회)(신증유합)로 전승되고 있는데 제주도는 한자로서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분수로 쓰이지만, 방언으로는 분수~분쉬~분시’, 그리고 그것의 유기음화된 푼수~푼쉬~푼시로 다양하게 쓰인다.

이러한 여러 가지 방언 분포형은 그 하나하나가 중요한 뜻을 지난다.

먼저 분수~분쉬~분시의 형태에서 분쉬는 분수에서 분시로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분수에서 분시로 변했다고 하는데 설명이 어려운 점이 있으나 분수가 숨어있는 ’(혹은 주격형이라고도)의 결합형 분쉬가 되었다가 단모음화(wii)하여 분시가 되었다 하면 보다 설명이 수월하게 된다.

다음 푼수~푼쉬~푼시에서 모음의 변화는 앞의 경우와 같고 다만 어두자음의 이 되는 것(유기음화)은 설명을 요한다.

유기음은 한글의 ’, ‘’, ‘’, ‘의 소리인데 한국에서는 고대에는 일반화되지 않았다가 15세기에는 일반화되어 한글 창제 때에 이들 글자가 나왔다.

12세기의 계림유사(송의 손목이 고려의 개성에서 우리말을 한자로 적은 것)에는 유기음의 자취가 가끔 보인다. 12세기 전후의 고려는 외환과 내환의 연속으로 세상이 어수선하였다.

한편 중국 송대의 한자음도 많이 변하여 순음(p)을 나타내는 한자 중에 경순음(f)으로 바뀐 것이 있게 되는데 여기서의 의 한자가 그렇다. 전래의 ‘pun’(bun도 있었다)‘fun’으로 바뀐다. 이를 으로 발음할 수 있다. 세상이 어수선하면 말이 거칠어지기 마련이고 더욱이 송대 발음의 영향에서 올 수도 있다. 제주도의 경우는 거친 풍토와 어려운 생활의 영향도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모든 언어에서 ‘p’, ‘t’, ‘k’ 같은 소리는 약간 성문이 좁혀지고 날숨이 세게 나오면 유기음이 되는데 어두에서는 특히 그렇다. 서울에서는 그래도 한자음이나 방언으로는 무변화인데 제주도에서는 한자음은 무변화이면서 방언은 푼시등으로 변화한 점은 역시 주목되는 일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