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땅, 고비 알타이에 닿다
모래의 땅, 고비 알타이에 닿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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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 고비 알타이(上)
넓은 모래벌판을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 유목민들.
넓은 모래벌판을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 유목민들.

 

오지 여행이란 것은 마치 마약과도 같은 모양입니다.

한 지역 오지를 가기 위해 어떤 사람은 길게는 몇 년에 걸쳐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하고도 힘들 것이라 겁을 먹고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래 꿈꿔왔던 계획이 성사됐을 때, 그리고 그 계획을 마쳤을 때 가슴이 뛰는 순간을 느껴 보셨는지요. 몽골 알타이 산맥 종주를 마치자 오랫동안 준비한 그 무엇인가를 이룬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워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발합니다. 바로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이 있다는 고비 알타이 몽골 엘스(els)’입니다.

지난 번 알타이 산맥 종주를 끝내고 돌아올 때 울찌(몽골국립대 교수)가 꼭 가보라고 권한 고비 알타이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001떨어진 알타이 산맥 끝자락에 있습니다. 매년 몽골을 함께 다니는 강영봉 교수를 졸라 다음 해 여름 일정을 잡고 1년 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차에 울찌에게서 비행기 표와 현지 운전사를 구해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초여름 우리 일행은 마침내 울란바토르를 거쳐 고비 알타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몇 년 전 고비사막을 갔었는데 날씨 때문에 모래 언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답니다.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이 있는 고비 알타이 초입. 모래 언덕 아래로 자브항 강이 흐르고 있다.

알타이 아이막(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에 있는 알타이공항은 홉드나 다른 지방 공항처럼 아주 작습니다. 몽골의 공항은 대부분 넓은 초원에 자리했는데 어떤 곳은 활주로가 포장이 안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공항에서 비행기 뒤쪽에 서 있다가는 비행기가 이륙하며 날리는 자갈 벼락을 맞기도 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철조망 너머로 넘겨주는 짐들을 찾고 나자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고비 알타이에 있는 몽골 엘스으로 향했습니다. 지금 껏 공항에 도착해 이렇게 순조롭게 출발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매번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너무 순조롭게 일이 풀려 혹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날씨도 쾌청합니다. 넓은 초원을 달려 산 능선에 이르자 사막이 가까워지는지 모래 능선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원과 사막, 그리고 그 옆으로 자브항(Zavkhan) 강이 흐릅니다. 남쪽으로부터 고비 알타이, 즉 알타이 산맥 남쪽 고비가 시작되는 곳이라 합니다.

고비는 몽골어로 척박하고 황량한 땅이란 뜻이라는데 지난번 고비사막도 그렇고 이번에 고비 알타이 초입에서 본 모습도 그렇게 척박한 땅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비 알타이는 자브항 강이 흐르고 주변에 두 개의 호수와 약간의 숲 지역도 있어 척박하다기보다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어느 덧 길게 늘어선 모래 언덕 사이를 달리고 있습니다. 수 많은 양이 모래와 풀밭이 어우러진 곳에서 풀을 뜯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듯합니다. 모래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이 시작되는 곳이 보입니다. 자그마한 강이 흐르는 너머로 거대한 모래언덕이 펼쳐져 장관입니다.

본격적인 답사에 앞서 하루 머물기로 한 게르 인근에서 만난 몽골 아주머니. 갖 짠 양 젖을 하늘에 뿌리고 있다.
본격적인 답사에 앞서 하루 머물기로 한 게르 인근에서 만난 몽골 아주머니. 갖 짠 양 젖을 하늘에 뿌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더니 바람까지 붑니다. ‘이전 고비사막에서처럼 사진을 못 찍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하며 빨리 가지고 재촉하자 운전사가 오늘 이곳에서 1박을 하니까 서둘지 말라고 합니다.

언덕을 내려가니 몽골 엘스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숙소인 듯 보이는 게르(Ger)가 있습니다. 우리가 머물 게르를 정하고 강가에 있는 몽골 사람들이 사는 게르를 찾았습니다.

양 떼를 묶어놓고 젖을 짤 준비를 하던 몽골 사람들은 우리를 보더니 한국에서 이곳에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무척 반가워합니다.

내일 본격적으로 몽골 엘스를 답사하기 위해 오늘은 일찍 쉬기로 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사막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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