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 고비 알타이(上)
‘오지 여행’이란 것은 마치 마약과도 같은 모양입니다.
한 지역 오지를 가기 위해 어떤 사람은 길게는 몇 년에 걸쳐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하고도 힘들 것이라 겁을 먹고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래 꿈꿔왔던 계획이 성사됐을 때, 그리고 그 계획을 마쳤을 때 가슴이 뛰는 순간을 느껴 보셨는지요. 몽골 알타이 산맥 종주를 마치자 오랫동안 준비한 그 무엇인가를 이룬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워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출발합니다. 바로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이 있다는 고비 알타이 ‘몽골 엘스(els)’입니다.
지난 번 알타이 산맥 종주를 끝내고 돌아올 때 울찌(몽골국립대 교수)가 꼭 가보라고 권한 고비 알타이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001㎞ 떨어진 알타이 산맥 끝자락에 있습니다. 매년 몽골을 함께 다니는 강영봉 교수를 졸라 다음 해 여름 일정을 잡고 1년 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차에 울찌에게서 비행기 표와 현지 운전사를 구해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초여름 우리 일행은 마침내 울란바토르를 거쳐 고비 알타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몇 년 전 고비사막을 갔었는데 날씨 때문에 모래 언덕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답니다.
알타이 아이막(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에 있는 알타이공항은 홉드나 다른 지방 공항처럼 아주 작습니다. 몽골의 공항은 대부분 넓은 초원에 자리했는데 어떤 곳은 활주로가 포장이 안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공항에서 비행기 뒤쪽에 서 있다가는 비행기가 이륙하며 날리는 자갈 벼락을 맞기도 하니 조심해야 합니다.
철조망 너머로 넘겨주는 짐들을 찾고 나자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고비 알타이에 있는 몽골 엘스으로 향했습니다. 지금 껏 공항에 도착해 이렇게 순조롭게 출발해 보기는 처음입니다. 매번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너무 순조롭게 일이 풀려 혹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날씨도 쾌청합니다. 넓은 초원을 달려 산 능선에 이르자 사막이 가까워지는지 모래 능선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원과 사막, 그리고 그 옆으로 자브항(Zavkhan) 강이 흐릅니다. 남쪽으로부터 고비 알타이, 즉 알타이 산맥 남쪽 고비가 시작되는 곳이라 합니다.
고비는 몽골어로 ‘척박하고 황량한 땅’이란 뜻이라는데 지난번 고비사막도 그렇고 이번에 고비 알타이 초입에서 본 모습도 그렇게 척박한 땅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비 알타이는 자브항 강이 흐르고 주변에 두 개의 호수와 약간의 숲 지역도 있어 척박하다기보다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어느 덧 길게 늘어선 모래 언덕 사이를 달리고 있습니다. 수 많은 양이 모래와 풀밭이 어우러진 곳에서 풀을 뜯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듯합니다. 모래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몽골에서 가장 긴 모래 언덕이 시작되는 곳이 보입니다. 자그마한 강이 흐르는 너머로 거대한 모래언덕이 펼쳐져 장관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더니 바람까지 붑니다. ‘이전 고비사막에서처럼 사진을 못 찍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하며 빨리 가지고 재촉하자 운전사가 “오늘 이곳에서 1박을 하니까 서둘지 말라”고 합니다.
언덕을 내려가니 몽골 엘스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숙소인 듯 보이는 게르(Ger)가 있습니다. 우리가 머물 게르를 정하고 강가에 있는 몽골 사람들이 사는 게르를 찾았습니다.
양 떼를 묶어놓고 젖을 짤 준비를 하던 몽골 사람들은 우리를 보더니 “한국에서 이곳에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무척 반가워합니다.
내일 본격적으로 몽골 엘스를 답사하기 위해 오늘은 일찍 쉬기로 했습니다. 저녁이 되자 사막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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