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당해도 갈 곳 없는 장애인 영유아…악순환 반복
학대당해도 갈 곳 없는 장애인 영유아…악순환 반복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4.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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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아동학대 추방의 날]

학대에 노출된 영유아들이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영유아들은 방임 등의 학대를 당해도 갈 수 있는 시설이 단 한 군데도 없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제주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제주에서 발생한 6세 미만 영유아 학대는 대부분 ‘생계형 방임’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 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의 부모들이 집에 아이를 놔두고 일을 하는 등 생계를 이유로 한 방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제주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설명이다.

제주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면 부모 없이 아이 홀로 집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영유아들은 의사표현 자체가 어렵고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기 때문에 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도 부모의 방임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많다”고 얘기했다.

장애인 영유아들은 학대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

비장애인 영유아들은 학대 피해를 받을 경우 아동보호시설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보호받지만 장애인 영유아들을 위한 시설은 아직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부모의 방임으로 제주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된 한 장애인 영유아는 이용 가능한 시설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아버지 홀로 생업과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데다 주거 환경도 열악해 지속적인 방임이 우려됐지만 법적으로 장애인 영유아는 비장애인 아동시설 입소 자체가 불가능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가도 장애 판정을 받으면 나와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생계형 방임의 경우 부모 대부분 소득이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포함되지 않아 방임하더라도 육아를 포기하고 일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도내 영유아들이 생계형 방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24시간 아이돌봄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장애인 영유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제주지역 아동학대 사례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제주지방경찰청이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 수는 ▲2016년 74건(월 당 6.1건) ▲2017년 99건(8.2건) ▲2018년 96건(8건)으로 2년 새 29.7% 늘었다.

올해에는 1~3월에만 28건(9.3건)이 송치되면서 전년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학대 장소별로는 가정이 175건(58.9%)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교(학원) 20건 ▲어린이집 16건 ▲복지시설 2건 ▲유치원 1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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