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코앞…지침 ‘전무’ 예산 ‘부족’
장애등급제 폐지 코앞…지침 ‘전무’ 예산 ‘부족’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4.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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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39회 장애인의 날]
정부, 7월부터 시행…기존 6등급서 중증·경증으로 분류
등급 제한 없어지면서 활동지원제도 대상자 확대 불구
선정 기준 등 가이드라인 없고 예산도 소폭 증액 불과

장애인들의 숙원인 ‘장애등급제’가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되지만 여전히 정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복지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등급 폐지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도 관련 예산은 소폭 증액되는 데 그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이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 서비스가 의학적 장애 등급에 따라 획일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1988년 도입 이후 31년 만에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기존에는 신체의 의학적 손상 정도에 따라 1~6급까지 6단계로 등급이 정해졌지만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장애의 정도에 따라 ‘중증’과 ‘경증’으로만 구분된다.

장애등급제 폐지로 당장 큰 변화를 맞게 되는 복지 서비스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현재 1~3등급 중 심사를 통과한 장애인만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7월부터는 등급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등급제 폐지를 2개월 여 앞둔 현재까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실제 제주도는 아직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부터 장애인등급 폐지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운영 지침을 받지 못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조차 문서나 구두로 전달받은 게 없다”며 “현재 각 읍·면·동에서 신청 받아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사실 조사를 거친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에는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될 지에 대해서도 내려온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예산 부족도 문제다.

올해 제주도의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은 국비 141억원, 지방비 60억7000만원, 자체 지원 38억6000만원 등 240억3000만원으로, 전년 157억원 대비 53.0% 증가했다.

그러나 도내·외 장애인 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활동보조인 임금 증가 등 서비스 단가 상승분만 반영됐을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내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7대 3의 비율로 매칭해 조성된다. 국비가 소폭 늘어나면 지방비도 이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며 “과연 올해 예산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대상자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지역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이용자는 1143명이지만 장애등급제가 폐지될 경우 도내 장애인 3만5840명 모두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예산 부담 심화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국비에 맞춰서 지방비를 편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 부족에 대비해 자체 지원 예산을 크게 늘렸다”며 “호흡기 및 와상 환자 등 최중증장애인들이 부족함 없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처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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