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0+1 제주의 봄, 제주의 삶
4370+1 제주의 봄, 제주의 삶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4.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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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 철학과 교수·논설위원

올해 제주의 봄은 ‘4370+1 봄이 왐수다라는 바람으로 지나고 있다. 이 바람은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71년간 추운 겨울 속에 있던 제주4·3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기획에서부터 시작했다.

이 이름 속에는 아직 오지 않았고, 더디지만 조금씩 다가올 것으로 바라는 ‘4·3의 봄’, 그리고 이것이 다음 세대 젊은이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종합청사에는 4·3평화인권주간 내내 제주4·3의 봄을 바라는 현수막이 설치되고, 71주년 추념식에서는 국방부와 경찰청의 공식적인 애도 표명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새로운 제주의 봄을 이루겠다고 했으며,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은 “4·3의 진정한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4·3특별법 개정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실질적인 화해와 상생의 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도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하게 처리돼야 함을 역설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199912월에 제정, 이듬해 공포됐다. 4·3특별법은 4·3 진상조사와 피해자를 특정하는 데 주목적이 있었고, 그 결과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배상과 보상 문제는 고사하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확인이 미진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활동과 공조를 통한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4370+1 , 그러므로, 아직 1년째 오지 않은 봄을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고 있다. 이 바람은 제주4·3이 올바른 이름으로 불리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기원전 517년 노나라의 내란을 피해 35세의 공자가 제()나라로 갔을 때, 경공(景公)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대답했다. 각자 그 불리는 이름에 적합한 처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옳은 말씀입니다. 정말 그렇지 않다면 비록 나라 살림이 풍족하다 해도 어찌 왕 노릇을 하겠습니까!”라고 경탄했다.

정명(正名)은 올바른 이름을 붙이는 일과 이름에 맞게 실질을 갖추는 일, 두 가지를 뜻한다. 제각각인 사물들에게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이는 것이 명실상부의 첫 걸음이다. 그리고 그런 이름이 붙여진 사물은 그 이름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명실상부의 실천이다.

1999년에 제정된 4·3특별법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확인이 미진했다면 4·3특별법은 개정돼야 한다. 더구나 아직도 제대로 된 이름을 얻지 못한 채 ‘4·3’이라고 하는 기호로만 표기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올해 제주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단에서는 제주4·3 71주년을 맞아 ‘4370+1 제주의 봄, 제주의 삶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4·3을 맞아 올바른 역사 인식과 화해·상생의 평화정신을 도민 사회에 알리기 위한 ‘2019 대학생 4·3평화대행진에 참여했고, 4·3에 대한 진실 이해와 희생자 추모, 화해와 상생, 인권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도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제주4·3 특강을 실시했다. 4월 한 달간 제주4·3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제주대 국립대학육성사업단이 2019년 국립대학육성사업의 중점 추진과제들을 포괄하기 위해 기획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의 세부 사업이다.

국립대학육성사업 2차연도인 올해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면서, 제주해녀항일운동 87주년, 제주4·3 71주년 등 제주지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해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4370+1 제주의 봄, 제주의 삶을 통해서 제주대 국립대학육성사업이 지역 현안을 담아내는 모델로 정착될 수 있길 바란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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